“외출해도 모를 듯”…양심에 맡긴 방역, 관리소홀 우려 봇물

“외출해도 모를 듯”…양심에 맡긴 방역, 관리소홀 우려 봇물

가족 확진되고 약품·생필품 구입 위한 외출 가능
위치 추적 없지만 이탈 확인시 처벌

기사승인 2022-02-09 14:57:45
7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두 자녀를 둔 이모씨(38)는 8일 코로나 확진 문자를 받고 보건소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4인 가족 중 아이 1명만 제외하고 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이 확인된 지 이틀째이지만 아직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지도 않았다. 가족 내 감염이 우려되지만 보건소와 통화가 되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이씨는 “재택치료자도 제대로 관리가 안되는 상황에서 이제는 격리를 해도 추적은 안한다던데 (확진자가) 거리를 활보해도 숨기면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국 재택치료자가 16만명에 육박했다. 폭증세에 방역당국의 관리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제때 조치를 받지 못하는 재택치료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당국이 의료 대응 역량을 고려해 고위험군에 집중하는 진단·검사 체계로 바꾸면서 고위험군에 들지 않는 시민들이 '셀프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곳곳에서 우려가 쏟아진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9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는 백신 접종 여부,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검체채취일로부터 7일간 자택에서 격리하게 된다.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50대 이하 확진자는 집에서 스스로 관리를 해야 한다. 10일부터는 해열제 등 재택치료 키트도 제공되지 않고 정기적인 건강 모니터링도 종료된다. 필요한 경우 동네 병·의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역학조사관들의 동선 추적도 사라진다. 이제는 확진자가 온라인으로 접촉자 등을 입력하는 ‘자기 기입식 조사서’ 방식으로 바뀌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 자가격리앱 사용도 전면 중단된다. 이전만 해도 격리자가 자택을 이탈하면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지만 이제는 이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격리 이탈로 적발될 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밀접접촉자 격리 기준도 완화된다. 그동안 확진자의 동거가족도 공동격리였지만 이날부터 3차까지 접종을 완료하거나 2차 접종 후 14~90일 사이인 동거인은 격리에서 제외되고 수동감시한다. 접종 미완료자는 7일 간 격리 대상이다. 또 확진자의 동거 가족은 의약품이나 식료품 구매 등 필수적 목적일 경우 사전 허가 없이 외출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이처럼 시민들의 자율과 책임에 기초한 방역대책으로 전환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반관리군이 방역당국의 통제를 전혀 받지 않게 돼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부 김모씨(33)는 “격리된 동거가족이 생필품 구매나 처방약 수령하겠다고 하고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제는 알아서 잘 버텨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온라인 상황도 비슷하다. 한 맘카페에 “남편이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회사에 출근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던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카페 회원들은 “비양심적이다”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 걸린 건 아니지만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나” 등 비판을 쏟아냈다. 

변경된 방역지침에 대한 안내가 부족해 관련 내용을 질문하거나 지침을 정리한 이미지 게시물도 공유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에 “알아서 돌아다니고 알아서 걸리고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거냐”며 “지금까지 (지침을) 잘 지켜왔는데 허무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이젠 뭐 기준도 없고 지침도 수시로 바뀌어서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방역을 포기한 것” “이제 알아서 양심껏 자가격리 하라는 듯"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방역당국은 재택치료자들이 지켜야할 기본 행동요령 등 후속조치를 마련하고 이르면 10일 발표하기로 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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