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연이어 붕괴사고를 내면서 현대가(家)의 건설사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대건설은 공격적인 수주행보를 통해 실적을 키워나가고 있는 반면, 현대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은 미 금리 인상과 붕괴사고 등의 여파로 인해 당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8조655억원, 영업이익 75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6.5%, 37.3% 늘어난 수치다. 수주잔고도 전년말 대비 20.7% 증가한 78조7608억원을 기록, 약 4년 치 이상의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했다.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돌연 중단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38.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업계는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주식시장 약세와 HDC현산 사태로 인한 부정적인 분위기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보통주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HDC현산 역시 아쉬운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조2820억원, 영업이익 407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11.8%, 43.8% 감소한 수치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 매출 감소폭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HDC현산의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80%에 이른다. 지난해 실적의 주요 기반인 2019년 전국 주택 분양 물량은 6392가구로 2018년 1만2220가구 대비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목표치 1만4244가구에 못 미치는 7300여가구를 기록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광주 붕괴사고로 인해 주택 및 개발 사업 추진이 더울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광주에서의 두 차례 대규모 붕괴 참사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영업정지 등 관련 처벌이 이뤄지면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은 본래 같은 회사에서 시작했다. 1974년 현대건설 기술사업부를 확대, 재편해 탄생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을 여전히 모회사로 두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0년 고(故) 정주영 회장 아들 간 ‘왕자의 난’이라고 불리는 경영권 승계 다툼으로 현대건설과 개별 노선을 타기 시작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