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구룡마을을 개발해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에 최대 500%의 용적률을 적용해 1만2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고, 이 가운데 5000호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 이하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겸 상임선대위원장은 1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집권 시 구룡마을을 공공 개발해 1만2000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룡마을은 강남의 마지막 남은 판자촌으로 서울시와 SH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과 장기전세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공급 규모와 임대 비율 등을 놓고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업이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이 후보 측은 구룡마을을 공공주도로 개발해 공급규모를 1만2000가구까지 늘리고, 5000호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반값 이하로 공급할 방침이다. 송 대표는 “개발 가능 면적을 확대하고 최대 500%까지 용적률이 올라가도록 4종 일반주거지역 신설 및 종상향도 추진하겠다”며 “3년 이내 공급이 가능하기에 이 후보의 대통령 임기 내 실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택공급 방식으로 ‘누구나집’, ‘기본주택’ 등을 도입해 청년과 신혼부부는 분양가의 10%인 4000만원으로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제2의 대장동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개발이익 환수도 약속했다. 개발이익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5000가구 공급에 우선 투입하고, 나머지는 지역주민을 위한 기반시설 확충, 문화·체육시설 설립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디지털 코인’을 통해 일반 국민도 개발 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후보 측은 구룡마을 개발을 통해 서울 수도권 강남 핵심부지에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 확대를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시된 방안대로 주택이 공급될 경우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사업이 시행될 경우 풀어 나가야할 과제도 상당하다. 먼저 서울시와의 협조 문제가 예상된다. 서울시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SH공사는 구룡마을을 2800호 규모로 개발하는 사업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 1만2000호 규모의 개발을 추진할 경우 오세훈 시장이 정부 사업에 동의할지 미지수다.
로또 논란도 예상된다. 강남 아파트를 반값에 공급할 경우 입주자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이 주어진다. 또한 반값 분양가의 10%만 가지고 소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기회를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 간에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 후보 측은 구룡마을 무허가 원주민 1100세대 모두에게 입주권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여서 이 역시 로또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구룡마을에 500%의 용적률을 허용할 경우 여타 지역에서도 동일한 용적률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 구룡마을 인근 주민들이 고밀개발을 환영할지도 살펴봐야할 문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누구나집 모델은 입주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많다. 더욱이 누구나집 모델을 강남에 적용할 경우 경쟁률이 기대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며 로또 분양 우려를 제기했다. 이어 “사업을 실행하기 앞거 원주민과 토지주를 설득하는 문제도 넘어야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