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16일 궐기했다. 4개 노조(삼성전자사무직노조·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삼성전자노조동행·전국삼성노조)로 구성된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전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임금제도 개선과 최소 휴식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관심을 모은 창사 첫 파업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예고한 공동투쟁으로 번질 지 주목된다.
노조 공동교섭단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임금교섭 행태를 지적했다. 김항열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임금인상과 포괄임금제 폐지, 격려금, 임금피크 폐지와 휴식권리 보장, 위험수당 지급을 요구했는데 회사가 내민 최종방안은 사업발전기금 목적으로 연간 3000만원 지급과 노사 상생 TF로 임금 피크제와 휴식권리를 향후에 교섭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임금 안이 없는 임금 교섭은 노동자를 무시하고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것이고 조합원과 삼성전자 직원 모두를 꼭두각시로 여기는 것 그 자체”라며 “삼성전자는 노조 조합원과 직원에 공개 사과해야 하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임금교섭에 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삼성전자노조 ‘동행’ 위원장은 “핵심 요구안은 불공정, 불투명한 임금교섭 개선과 최소한의 휴식권리 보장”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회사가 그간 임금과 복리후생을 일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걸 시정하기 위해 교섭을 진행해왔는데 회사는 공동 교섭을 무시하고 ‘연봉 1000만원 인상’ 등 자극적이고 귀족 노조 굴레를 씌우려고 우리 요구를 묵살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을 조금 웃도는 급여를 받는데 이건 성과급여 체계가 가지는 심각한 문제”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급여 증액 인상을 요구하며 성과급 기준을 누구나 예측 가능하게 변경할 걸 요구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동종업계에서 휴일이 가장 적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휴식을 축소했다”며 “여름휴가와 창립기념일을 복구해 최소한의 휴식권리를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격려금 지급에 관해서도 김 위원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낸 건 직원 헌신과 노력 때문”이라며 “회사 여력이 없어 (코로나 격려금)을 줄 수 없다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다. 이건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며 무노조 경영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대위원장은 “공동교섭단은 5개월간 진행한 교섭이 진실이 아님을 알았다”며 “사측은 결정권이 없는 위원을 내보냈고 15차례 교섭도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비난했다. 이어 “투명한 복지체계와 최소한의 휴식권리를 요구 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전국 모든 그룹사 노조가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력히 투쟁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노조 법률대리인인 서범진 변호사는 “노조는 노조법에 따라 쟁의행위 권리를 획득하는 과정 일부로 조정을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사측 대응에 굉장히 실망했다”며 “쟁점을 정리해서 중노위에 제출을 해야 하는데 사측은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서 변호사는 “무엇보다 가장 문제는 노사협의회로 근로결정을 하는데 노조가 문제를 제기해도 관행으로 합리화하면서 수정하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임금과 휴식권리 등 여러 사항은 노조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하지만 사측은 노사협의회를 우선하면서 노조를 무시하는 행위를 조정과정에서 반복하고 있다”고도 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2021년도 임금교섭을 진행해왔지만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 사측은 당시 노사협의회가 정한 임금인상분 외에 추가 인상은 어렵다며 노조 측 요구를 거절했다. 노조는 이달 초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그러나 조정 중지를 결정했고, 노조는 합법적인 쟁의(파업)행위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이 직접 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오는 23일에 공동 투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노조 측은 “파업이라는 건 우리 요구를 관철시키는 가장 강력한 행위”라며 “머지않아 결정하겠지만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사가 연대해서 투쟁해야만 하는 부분이라 그걸 염두에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섭단에서 고민해보고 파업이 마지막 길이라고 한다면 파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