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의 골칫거리였던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 줄었다. 고강도의 가계대출 규제가 이어졌고 기준금리의 인상이 증가세를 꺾게 만든 것. 정부와 금융당국은 정책의 성공이라며 기쁨의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반대급부로 기업부채의 증가 속도가 커 금융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2022년 1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000억원 줄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가계대출이 2000억원 줄어든 바 있다. 이는 2개월 연속 감소세이며, 가계대출 감소폭도 늘어났다. 가계대출이 2개월 연속으로 감소세를 보인 건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 상승, 은행권의 신용대출 관리 지속,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다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져 가계대출 감소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주담대 잔액은 781조원으로, 전월대비 2조2000억원 늘었다. 주택거래 관련 자금수요는 둔화됐다. 다만 집단대출 취급 증가 등으로 증가규모가 전월 2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소폭 늘었다.
반면 같은기간 기타대출 잔액은 278조1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6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도 가계대출 감소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지난해 8월과 11월, 그리고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인상해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1.25%의 기준금리로 원상복귀시켰다.
이처럼 가계대출은 2개월 연속 증가폭이 꺾인 모습이다. 하지만 기업대출은 오히려 ‘폭증’한 상태다. 지난달 말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079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조3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895조6000억원)이 9조2000억원 늘었으며 개인사업자 대출도 2조1000억원 상승했다.
코로나19 기간 기업대출의 전체 상승폭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의 대출 규모가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2년간 173조4729억원 증가했다. 매년 80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직전 3년 평균치(42조1000억원)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두 배 수준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빌린 대출금 상환이 오는 3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도 위험신호다. 금융위원회는 이번달 초 금융권이 시행 중인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오는 3월 종료로 방침을 정한 상황이다.
3월 대출만기가 도래할 경우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0만명을 돌파하면서 영업환경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질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숙박·음식업 생산은 2019년 12월(서비스업 생산지수 계절조정지수 기준)의 89.8%, 여가서비스업 생산은 72.8% 수준으로 소상공인들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추가 방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회원은 “코로나 초기인 2020년 4월 연 1.5% 대출 만기가 곧 다가온다는 은행의 문자를 받았는데 매출 회복이 전혀 안된 상황”이라며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소상공인 대출이자 금리까지 올라가면 어떻게 버텨야 하나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유관단체들도 대출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17일 3월 말 종료 예정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와 관련한 재연장을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중기중앙회 추문갑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 위기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3차 연장 시기보다 최근 일 평균 코로나 확진자 수가 10배 이상 늘었고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6개월 만에 세 차례나 인상되는 등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으로 추가 만기 연장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