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동결했다. 이번 동결은 물가 인상률이 상승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수차례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국내 경제 안정에 방점들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물가 인상률을 상향 조정하고 “현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오르더라도 긴축은 아니다”라며 금리 인상의 여지를 남겨뒀다.
기준금리 동결, 2차례 이어진 인하 ‘효과’ 본다
한국은행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도 0.25%p씩 두 차례 잇따라 금리를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2회 연속 인상한 기준금리의 시장 효과를 보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도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바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정례회의 직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을 공개하며 “(기준금리의)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기준금리 인상의 파급효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성장·물가의 흐름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코로나19 전개 상황,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0.00∼0.25%)와 격차는 1.00∼1.25%p로 유지됐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선 꾸준히 이어지던 대출금리 상승세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에 바로 영향을 주는 은행채 금리는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발표와 수정 경제 전망에서도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1%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해당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대로 내놓은 것은 2012년 4월 3.2%(2012년 상승률 전망치)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경우 금통위 견해와 마찬가지로 3.0%가 유지됐다.
이주열 총재 “금리 한번 더 올려도 긴축 아냐…총재 공백 기간 최소화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마지막 금통위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통화정책 완화 정도는 지속적으로 줄여가야 한다는 것이 금통위 다수의 의견”이라며 “현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오르더라도 긴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최대 2%까지 추가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시장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2.0%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돼 있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도 올 한해 성장세, 물가 전망,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준금리 수준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의 바탕이 되는 여건의 흐름이 시장이 예상하는 것과 한은이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금리를 동결한 배경에 대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세 차례에 거쳐 선제적으로 금리 조정해온 만큼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대외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오는 3월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시장에선 총재의 차기 인선과 대통령 선거 시점이 맞물리다 보니 한국은행 총재의 공백기간이 길어질 것이란 우려도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총재의 공백기간이 없는 게, 최소화 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 바람직하다”며 “금통위는 의장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지장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금통위가 자율적‧중립적으로 우리 경제‧금융 상황을 종합적으로 계획해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근 진행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일어난 ‘기축통화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재는 “경제적 측면에서 설명하기에는 정치 이슈가 됐다”며 “제가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