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비판만이 답일까 [기자수첩]

물적분할, 비판만이 답일까 [기자수첩]

기사승인 2022-02-26 07:00:07

최근 기업들의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놓고 말들이 많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배신이라느니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에만 도움이 된다느니 별의별 말들이 나온다. 대선을 앞둔 가운데 어느 대선후보는 물적분할 후 재상장 자체를 못 하게 법 개정해야 한다면서 목소리 높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대변혁 시기에 맞춰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 크게 요구된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물적분할이기 때문이다. 또 신설된 사업 자회사의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서 기업공개가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LG에너지솔루션가 기업의 물적분할 후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대표적 사례다. 

LG엔솔은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가장 주목받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자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 그 어느 때보다 대규모 투자와 혁신이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성장 중인 중국 배터리사 CATL의 사실상 유일한 대항마로 배터리사업부의 분할과 상장은 불가피했을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사뿐 아니라 일부 글로벌 완성차업체에서도 자체적으로 EV 배터리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수많은 경쟁자가 앞다퉈 기술 확보 및 생산 규모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택했다. 

급성장하는 배터리 사업 영역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 3년간 연간 10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G화학이 LG엔솔을 기업분할 과정에서 인적분할 아닌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데는 자금조달이란 현실적인 제약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 인적분할은 모회사 지분비율 그대로 분할기업을 보유할 수 있어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하다. 하지만, 별도의 자금조달 과정이 필요하다. 자금조달을 위해서는 유상증자 또는 회사채 발행 정도가 가능한데 그 규모가 제한적이다. 증자나 회사채 발생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1조원 안팎에 그친다. 특히 회사채는 부채비율을 높여 재무 건전성에 적잖은 부담도 준다. 

물적분할에 대한 강한 비판이 쏟아지는 또 다른 까닭은 핵심사업을 떼어 내 별개의 분할회사로 만들면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무조건 나쁘고 틀린 결정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당장은 주주가치 훼손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복합적인 사업구조 속에 특정 사업 부문을 별개의 회사로 만든다면 객관적인 시장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남겨진 모회사도 본연의 사업에 더욱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 한 회사에 뭉쳐있을 때는 오히려 잘 작동되지 않던 게 별개의 회사로 나눠지면서 더욱 기민성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잔존회사가 사업을 하지 않는 지주회사 형태로만 남겨진다면 비판의 강도를 더욱 높여도 되지만, 경쟁력이 있는 사업을 여전히 영위한 채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다면 더욱 응원해줘야 할 일이다. 

실제 증권가에서는 “물적분할과 상장을 통해 LG엔솔이 대규모 적기 투자를 단행하면 중장기 관점에서 신설회사인 LG엔솔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동시에 모회사인 LG화학의 기업가치도 오를 것이라는 관측을 계속해 내놓고 있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보면 LG화학의 주주에게도 모든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얘기다.

물적분할은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세간의 비판은 결코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업분할 방식이기도 하다. 물적분할 자체를 몽땅 싸잡아 비판하기보다는 각 기업이 처한 현실과 상황에 맞춰 바라보고, 문제가 있다면 합리적인 논의를 거쳐 개선해나가는 방향이 더욱 절실하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