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3월 종료 예정이던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만기·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다시 연장했다. 이번까지 포함하면 총 4차례에 걸친 만기 연장이다. 소상공인 입장에선 한숨을 돌리게 된 셈이다. 다만 금융권에선 약 140조에 달하는 대출규모로 인한 부실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현재 자영업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고, 여·야 합의에 따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해 금융권과 적극 협의해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차례 더 연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소상공인 대출만기 6개월 연장…세부내역 곧 발표”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확산된 2020년 4월부터 ‘대출 원금상환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가이드라인’을 운영한 바 있다. 이후 금융위는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3월에 종료한다는 방침을 내세웠고 고승범 위원장은 그대로 지원 종료를 단행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과 정치권의 강한 압력에 의해 기존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국회는 여·야합의로 ‘소상공인 및 방역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의결·확정하고 “정부는 전 금융권의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대출 연장은 기존과 동일한 6개월이다. 당초 일각에서는 재연장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연장 기간을 3개월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기존 방안 그대로 진행됐다. 고 위원장은 “유예조치를 얼마나 연장할 것인지 은행들과 의견을 모았다”며 “그간 세 차례 연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장 기간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를 통해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라며 “세부 실행 계획은 전 금융권하고 협의를 거쳐 다음달 중순 또는 하순께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일단 ‘한숨’ 돌렸다…금융사들은 ‘우려’
약 140조원 규모에 달하는 대출이 다시 한 번 연장됨에 따라 소상공인들은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매출손실이 또 다시 누적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3월 말 대출 상환이 쉽지 않다고 꾸준히 호소해왔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323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7%가 금융지원 조치 추가 연장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금융권의 고심은 더욱 깊어졌다. 소상공인들의 상환시점 유예로 결국 부실 규모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 코로나19 대출지원으로 금융권에 묶인 자금의 규모는 5대 시중은행에서만 약 140조 규모에 달한다.
세부 내역을 보면 해당 조치가 시행된 2020년 4월부터 지난달 24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금액은 139조4494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원급납부가 유예된 금액이 1조573억원, 이자상환이 유예된 금액이 664억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27%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이지만 이는 만기연장, 이자상환유예 대출 규모들이 반영이 안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며 “원칙상 해당 대출들은 모두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전체가 정상 여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출 지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차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무작정 대출 연장을 하기 보다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는 방안을 빠르게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