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리아는 1회만 투약하면 치료가 끝나는 원샷(one-shot) 치료제이면서 암세포가 사라지는 관해율이 약 83%나 되는 혁신적인 치료성적이 검증됐다.
문제는 킴리아는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3월이 되어서야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그 사이 은찬이 상태는 더욱 악화되었다. 특히, 1회 투약비용이 4억6천만원 하는 초고가였지만 은찬이 부모는 집을 팔아서 약값을 마련했다.
은찬이는 킴리아 치료를 위해 세포를 채집하려 했으나 몸 상태가 더욱 나빠져 연기했다가 일주일만인 작년 6월 10일 결국 하늘나라로 떠났다. 은찬이는 세 번째 재발하고 16개월을 힘들게 버텼지만 꿈에도 그리던 킴리아 치료는 결국 받지 못했다.
은찬이 엄마,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재정 우선사용 제도 도입 목소리
은찬이 엄마 이보연(39)씨는 은찬이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한국백혈병환우회와 함께 작년 10월 1일 킴리아의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와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 권고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작년 10월 5일부터는 “재발성 불응성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의 빠른 건강보험 급여화! 은찬이 같이 슬픈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해 3만1511명이 동의했다. 작년 10월 7일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해 "킴리아를 기다려 왔으나 여러 가지 준비 부족으로 약을 쓰지 못해 아이가 사망했다. 이제는 돈이 없어 약을 쓰지 못하는 부모들이 있다"고 호소했다.
킴리아 개발사인 한국노바티스사 앞에서 “노바티스는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서 있는 200여명의 말기 백혈병·림프종 환자들이 사지(死地)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 멈추도록 생명과 직결된 신약인 CAR-T 치료제 킴리아의 신속한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릴레이 1인시위에도 참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올해 1월 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동시에 심사·결정을 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되는 즉시 해당 환자의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임시적인 약값으로 우선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등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건강보험에 신속하게 등재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6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후보는 은찬이와 같은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약이나 치료법이 없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판할 때 ‘임시약값’을 OECD 평균 조정최저가로 정하고 건강보험 재정으로 우선 환자부터 살려놓고, 그 이후 건강보험 급여절차와 약가협상을 진행해 ‘최종약값’이 확정되면 ‘임시약값’과의 차액을 정산하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재정 우선사용 제도”를 국가인권위원회 의견표명처럼 수용해 공약으로 채택해야 한다.
불충분한 대선후보들의 생명과 직결된 신약 신속한 환자 접근권 보장 공약
이재명 후보는 희귀질환 치료제·고가항암제 등 신약의 환자 접근권 강화는 공약에 포함했다. 그러나 실현방법으로 “고위험·초고가약 처방사전승인제” 도입을 발표해 사실상 신속한 사용에 포커스를 둔 환자단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고위험·초고가약“으로 분류되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치료제 ‘솔리리스’와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 등에 ”처방사전승인제“가 도입되어 이미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는 고가의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신약 신속등재제도 도입을 공약에 포함했다. 그러나 환자단체가 제안한 내용이 아닌 제약산업에서 제안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선평가 후에 조건을 충족한 경우 위험분담제를 활용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후평가와 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을 병행해 등재 일수를 대폭 감소시켜 달라는 내용(일명, “선등재후평가”)이다.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요구는 제약산어의 요구처럼 현재 평균 1~2년 걸리는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기존의 위험분담제를 활용하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의 급여평가 절차와 건강보험공단에서의 약가협상 절차를 병행해 몇 개월 앞당겨 달라는 것이 아니다. 대체제가 없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판할 때 해당 적응증의 모든 환자들이 비급여 약값을 지불하거나 민간보험 혜택으로 사용하는 환자들처럼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해 우선 생명을 살리거나 연장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의학적 목적의 진료라면 현행 예비급여·비급여까지 포함해 모든 국민에게 어떤 치료든 1년에 총 1백만 원까지만 부담하는 “건강보험 하나로 백만원 상한제(일명, 심상성케어)”를 공약에 포함했다. 실현방법에 있어서는 현행 위험분담제를 보완해 시행하고, 보완된 위험분담제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신속한 신약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을 때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재정 우선사용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약값이 비싸다고, 환자수가 적다고 건강보험 등재를 늦춘다면 이는 건강보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건강보험제도는 고가항암제와 같이 환자나 환자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의료비나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이 환자수가 적어서 약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의료비를 국민이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를 모아서 해결해 주기 위해 만든 사회보험제도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힘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수술, 이식 등 고전적인 치료방법이 아닌 1회 투약으로 치료가 종료되고 효과도 기존 치료제에 비해 훨씬 좋은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등이 계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고가이기 때문에, 환자수가 적기 때문에 해당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대체제가 없는 생명과 직결된 신약 접근권이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
3월 4일 오늘부터 내일까지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다음 주 9일 본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중증·희귀질환 환자와 환자가족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약이나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현명하게 대통령을 뽑기를 희망한다. 대선후보들은 누구도 “중중·희귀질환 투병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