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국내에 상륙한 이후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을 정도로 금융 취약성이 이전 경제위기 당시보다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금융 사이클과 실물경제 사이클의 괴리 현상이 심화됐다. 국내총생산(GDP) 등 실물경제가 성장하지 않은 가운데 자산투자를 위해 가계와 기업의 차입 등 신용이 확대되는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부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 2019년 4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2년간 26.5%p나 뛰었는데, 이는 외환위기(3.4%p), 신용카드 사태(8.9%p), 글로벌 금융위기(21.6%p) 등 과거 경제위기 당시 증가폭을 넘어선다.
민간 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금리가 상승하거나 빚을 내 투자한 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는 충격이 발생할 때 위기가 빠르게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은은 이런 상황을 ‘금융 불균형’이라고 부르고 있다. 주식·부동산 등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으면 가격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 불균형의 위험은 증가한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팀장은 “민간 부채의 총량이나 증가율이 과거 위기 때보다 높은 수준에 있는 상태”라며 “당장 위기가 닥친다는 뜻은 아니지만 과거를 미루어 보면 이런 상태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이 견고하다는 점은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취약성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이 커졌고, 향후 금융 사이클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