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간 한국은행 총재 임명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차기 후보자는 “성장·물가·금융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는 지명소감을 발표했다.
이창용 후보자는 24일 발표한 지명 소감에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중국 내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중국경제의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어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자는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리스크가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이 후보자는 “앞으로 지난 8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지금 처해 있는 여러 난관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금통위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지난 8년 동안 한국은행을 잘 이끌어준 이주열 총재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특히 지난 2년여간 팬데믹 상황에서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이후 선제적이고 질서있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한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워싱턴에 거주 중인 이 후보자는 이달 30일 귀국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정책이나 조직 운영 등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생각은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국회 청문절차를 통해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신임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문재인 대통령 측과 전혀 협의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윤 당선인 측이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여기에 더해 감사위원 등에 대해서도 특정 인사를 추천한 바 없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입장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