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후보가 대통령 당선되면서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전반의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TV 토론에서 보건의료공약의 핵심으로 중증질환에 주력하겠다고 했고, 특히 공약으로 중증·희귀질환 신약에 대한 신속등재 제도 도입과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을 약속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정책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왔던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정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보장이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중증·희귀질환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확보, 환자와의 소통 확대 등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별도 기금 마련을 통한 탄력적인 재정 지원 모색
그간 중중·희귀질환 환자 단체 등은 투병과 의료비로 이중고를 겪어 왔다. 수 십 만 원에서 수 천 만 원을 호가하는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의료계와 환자 단체에서는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대상 확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지만,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문제 등으로 인해 반영 속도와 비율이 낮은 것이 현실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희귀암‧중증질환 치료제 등의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투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의 의료비 부담을 덜고, 소아백혈병, 항암치료 신약, 중증·희귀난치성 질환 신약 등 건강보험 비급여 사각지대를 신속하게 해소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이 존재한다. 건강보험 재정의 정부 지원금조차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고가의 치료제를 건강보험에 편입시킬 경우 건강보험이 재정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전문가들은 국민건강보험 이외의 별도 기금을 마련해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에게 탄력적인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한길리서치에서 조사한 국민건강보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9.5%는 사회복권기금을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위해 사용하는 것에 동의했으며, 74.6%는 부동산 세금을 건강보험료 지원에 사용하는 것에 찬성했다.
우리 국민들도 중증·희귀질환 환자에 대한 사회보장성에 인식이 매우 높으며,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금이 투입되는 것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서도 복권수익금 및 담배세를 의료 기금으로 활용, 중증암관리기금 설치 등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희귀병의 희소함으로 사회적인 관심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환자 목소리 반영할 협의체 구성 필요
보건의료 단체와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보건의료 정책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결정 과정에 환자와 가족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 및 수익성 창출에 어려움이 있다. 정부의 노력으로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경제성평가면제’, ‘위험분담제(RSA)’ 등의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이마저도 암과 관련된 중증질환에 집중되어 있어 희귀질환의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 이런 구조에서는 보건의료 정책의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일반 국민들 역시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한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환자들의 보건의료정책 과정 참여에 대해 81.4%의 국민이 긍정적이라고 답했으며, 77.7%가 환자 담당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의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동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10월 희귀유전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맞춤형 혁신 신약 개발 가속화와 효율적인 치료법 프로토콜 수립으로 특정 희귀질병에 대한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대체 치료제가 없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에게는 건강보험 급여화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살아있을 때,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효과 좋은 치료제를 제때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안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또한 우선적으로 사용할 있는 행정절차의 혁신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급여화가 최종 확정되기 전에라도 건강보험 재정을 사용해 해당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을 살리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지 않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해당 중증·희귀질환 환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차기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이 적어도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치료제가 있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생명의 버팀목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차기 정부의 의료보건 정책에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