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케어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30.6조 원의 재정을 투입해 건강보험 보장율을 70%까지 높이고, 예비급여제도 도입을 통해 그동안 의료기관 마음대로였던 비급여 의료비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목표율 70%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고액의 비급여 의료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문재인 정부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관련해 4대 중증질환(암, 희귀난치성질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으로 제한되었던 대상 질환을 모든 질환의 입원환자와 고액 의료비 발생 가능성이 높은 6대 중증질환 외래환자로 확대했다. 지원액도 연간 2천만원에서 연간 2천만원을 원칙으로 하면서 신약·항암제 등 약제비 부담이 큰 경우에는 개별 심사를 통해 예외적으로 3천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했다. 혜택도 평생 1회가 아닌 매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017년 12월까지만 시행 예정이었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한시성을 극복하기 위해 ‘재난적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도 제정해 2018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때의 제한적·일시적 성격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문재인 정부는 보편적·계속적 성격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로 개선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문재인케어’가 추진되었지만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62.7%에서 2020년 65.3%로 2.6% 상승에 그쳤다. 나머지 34.7% 비급여 의료비는 환자가 여전히 부담하고 있다. 연간 의료비가 1억원이 나왔다고 가정하면 이 중에서 건강보험 적용되는 의료비는 6천5백3십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3천4백7십만원의 비급여 의료비는 모두 환자가 지불해야 한다.
건강보험 보장율이 60%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는 고액의 비급여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가계가 파탄되는 ‘메디컬푸어’(Medical Poor)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메디컬푸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90%대로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은 국민이 매달 내는 건강보험료로 마련되기 때문에 국민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건강보험료 인상은 쉽지 않다.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는 건강보험 재정 투입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 사각지대인 고액의 비급여 의료비로 인한 ‘메디컬푸어’를 막기 위해 비급여 의료비 안전망 제도 추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으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박근혜 정부 때 탄생했고,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대상 질환·지원금액·지원회수 등을 개선해 추진하고 있다.
낙제점 받은 문재인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문제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전에 소득계층별 50%∼70%로 차등화했던 지원비율을 50% 일괄해 축소했고, 여러 가지 지급요건들을 까다롭게 변경했고, 신청절차도 복잡하고, 홍보도 부족했다. 현행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 대해 “들어가는 문이 있는지조차 몰랐고, 문이 있는 것은 알았지만 들어가는 방법을 몰랐고, 어렵게 들어가는 방법도 알아냈는데, 이번에는 문턱이 높아서 결국은 들어가지 못했다.”라고 하며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지원하지 않기 위한 제도”라고 평가하는 것이 이용해본 환자나 환자가족의 공통된 불만이다.
건강보험공단의 ‘2020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이고, 법정 본인부담률은 19.5%이고,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15.2%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의료비(건강보험 재정+국고+비급여)가 약 102.2조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 중 비급여는 15.2%에 해당하는 15조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반해 2020년 지급된 재난적 의료비 총 지원액은 352억3천8백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총 비급여 의료비의 0.0023%에 해당하는 극히 저조한 실적이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책정된 1504억6천2백만원, 496억8백만원, 534억9천3백만원, 420억2천7백만원 재원 중에서 집행률이 14.0%, 54.3%, 65.9%, 45.6%로 극히 낮은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최근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 등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하는 고가의 비급여 신약과 1개에 수천만원 하는 비급여 신의료기기와 치료재료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2020년 한 해 동안 재난적 의료비 상한액인 2천만원~3천만원을 지원받은 환자가 36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문재인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설계와 운영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윤석열 당선인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대선 공약
윤석열 당선인은 이번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혁신방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공약을 약속했다. 우선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재원 확충 방안으로 전전년도 건강보험료 수입 1/1000의 상한선을 1/100으로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다음으로 현재 외래의 경우 6대 중증질환으로 제한하고 있는 대상 질환을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고, 의료비 부담액이 가구의 연소득 대비 15% 초과 시 지원을 10% 초과로 개선하고, 연간 지원 상한액을 3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약속했다. 신청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80일 이내인 신청기간을 완화하고,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신청절차도 간소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면서 발생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상당수 개선하는 방안이라는 점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안정적 추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에 포커스를 두었다는 점에서 윤석열 당선인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관련 대선 공약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차기 윤석열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 대한 환자들의 목소리
첫째, 현재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소요되는 재원은 복권기금·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금·건강보험 재정 등으로 연간 약 500억원 내외로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15조5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비급여 의료비 규모를 고려하면 재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윤석열 정부는 대폭 증액해야 한다. 미용·성형, 특실이용, 미검증 치료 등 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은 비급여 의료비는 재난적 의료비에서 제외된다. 즉,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는 아직은 비급여이지만 환자에게 의료적으로 필요한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건강보험 신규 등재나 급여기준 확대를 통해 건강보험 적용이 되어야 할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재원은 당연히 건강보험 재정에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연간 최대 3천만원까지 재난적 의료비를 지원받아도 ‘메디컬푸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세포치료제 등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하는 고가의 비급여 신약과 1개에 수천만원 하는 비급여 신의료기기와 치료재료가 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최대 3천만원까지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액을 제한하는 것은 ‘메디컬푸어’ 방지라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지원 상한액을 연간 3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상향했다. 윤석열 정부는 실손의료보험이 연간 보장하는 금액이 5천만원인 점을 고려해 재난적 의료비 지원액 상한도 5천만원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통해 실손의료보험을 대체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신청주의 원칙'에 따라 퇴원 또는 치료 종료일로부터 180일 이내 신청해야 하지만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자체를 몰라서 신청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 이는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의 홍보 부족 때문이다. 만약 최고 4천만원의 비급여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였는데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있는지조차 몰라서 180일 이내 신청하지 않았다가 그 이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신청기간 도과로 재난적 의료비 4천만원을 지원받을 수 없다’라는 건강보험공단의 통보에 수긍하는 환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에 법적 근거를 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급여 의료비 안전망 제도이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신청기간을 현행 180일에서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
넷째, 문재인 정부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비급여 의료비의 최고 50%만 지원해 준다는 것이다. 정부로부터 매달 생계비를 지원받는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부족한 50%의 비급여 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른 복지기관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거나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생계비를 비급여 의료비로 지출했다. 이러한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환자는 병원 의료사회복지사는 비급여 의료비 100%를 지원해 주는 사랑의열매 등 복지기관에 신청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환자와 의료사회복지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50% 비급여 의료비 마련을 위해 추가 고생을 해야 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지원율을 50% 일률에서 소득계층별로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 환자는 80%, 그 외 환자는 50~70%로 차등화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윤석율 정부는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기초생활수급자과·차상위계층을 구분해 기초생활수급자는 90%, 차상위계층은 80%, 건강보험가입자는 소득계층별로 50~70% 차등화해야 한다.
아울러 환자단체·소비단체·시민단체 등과 협력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건강보험공단의 지원 대상자 사전 고지제도 도입, 의료사회복지사 참여 유도 등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고민해야 한다. 인수위원회는 차기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액의 비급여 의료비로 인한 ‘메디컬푸어’를 막는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관련해 그동안 제기되었던 여러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환자 중심에서 재설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