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낮추는 시중은행이 등장했다. 최근 은행들은 개인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내린 바 있지만 주담대 만큼은 낮추지 않았다. 이번에 주담대 금리까지 낮춘 것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최대 0.45%p 낮춘다. 변동형의 경우 0.15%p, 고정형(혼합형)의 경우 0.45%p 인하한다. 앞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이들 상품의 금리를 각각 0.2%p, 0.1%p 한시적으로 깎았는데 추가 할인을 적용해 금리 인하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5일부터 3.41~4.91%로 낮아져 상단금리가 5%대에서 4%대로 내려오게 됐다. 상단금리가 6%대에 육박하던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5일부터 3.56~5.06%로 낮아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통해 나가는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도 0.55%p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세금안심대출의 금리는 5일부터 3.17~4.37%로 햐향 조정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취급하는 KB주택전세자금대출 금리는 3.36~4.56%로 기존보다 0.25%p 내려간다.
이외에도 우리은행도 5월 말까지 주담대를 받을 경우 특별 우대금리 0.2%p를 적용하기로 결정했으며,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 2월 전세대출과 주담대 금리를 0.1%p, 지난달 25일에는 전세대출 금리를 0.1%p 추가로 내렸다.
‘연 3%대’ 고정금리의 주담대 상품인 ‘적격대출’도 금융소비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4일부터 적격대출 판매를 시작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일부터 적격대출을 판매한 바 있다.
적격대출은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은행 등을 통해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대출 상품으로, 무주택자 또는 처분조건을 둔 1주택자로 주택가격 9억원 이하면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4월 적격대출 금리는 연 3.95%로 전월(3.80%)대비 0.15%p 올랐지만 연 4∼6%에 형성돼 있는 시중은행의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혼합형)와 비교해선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일부 은행들이 주담대 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전체적인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본격적인 긴축에 들어갈 경우 한국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시장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월평균 코픽스는 전월대비 0.06%p 상승한 1.70%를 기록했다. CD(91일물)은 0.11%p 상승한 1.50%였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6개월물은 1.62%로 전달과 같았고, 1년물은 1.93%로 전달보다 0.12%p 올랐다. 주담대 고정금리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5년물은 2.74%로 전달(2.52%) 보다 0.22%p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 시기 신규고객 유입을 위해 주담대 금리를 낮추는 금융사도 나올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다른 금융사들도 경쟁적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6%대에 달하는 주담대 금리가 7~8%까지 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