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량이 25% 축소되는 상황에서 청년 공급물량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청년을 제외한 고령층‧다자녀가구‧신혼부부 임대주택은 공급량이 모두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6일 2022년 LH 공급계획에 따르면 올해 임대주택 공급물량은 총 9만9000세대, 지난해 13만2000세대 대비 25% 줄어든 물량이다. 공급물량을 수요자별로 나눠 보면 청년(3.6→3.5만 세대)에게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 이와 달리 신혼부부(4.2→2.72만 세대), 고령자(11→7.8만 세대), 다자녀‧기타(4.3→2.5만 세대) 가구를 대상으로 공급되는 물량은 감소폭이 컸다.
가장 큰 폭으로 공급량이 줄어든 유형은 다자녀 가구와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공급되는 다자녀‧기타 유형이다. 해당 유형의 올해 공급량은 지난해 대비 41.86% 줄어 사실상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뒤이어 신혼부부가 35.24%, 고령자는 29.09% 공급량이 감소했다. 청년 공급량만 축소폭이 1%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청년 문제가 사회적 아젠다로 부상하면서 청년 지원에 LH자원이 집중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한 이후 청년 문제를 중요 아젠다로 삼고 지원을 확대해 왔다”며 “LH의 공급도 집권여당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고령층‧다자녀가구‧신혼부부 임대주택은 중형평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공급이 어렵지만 청년층은 소형평수에 대한 수요가 높아 공급이 수월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LH는 공급량 변화에 정책적 의지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H관계자는 “청년층 임대주택만 공급량이 유지된 것에 별도의 정책적 의지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공급 물건에 따라 올해 청년층 대상 임대주택이 평년보다 많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층‧다자녀가구‧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올해 LH임대주택 공급량을 두고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인천에 거주하는 40대 다자녀가구 남성은 “집 없는 사람들 거주 걱정은 모두가 똑 같다. 청년이나 신혼부부나 다자녀가구나 모두 거주할 집이 필요하다”며 “최근 정치적으로 청년층이 떠오르면서 지원이 쏠리는 것 같아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공급이 진정한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임대주택은 일종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을 한다”며 “혜택이 주어지는 제도인 만큼 항시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을 수밖에 없고,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약자인 계층에게 관심을 가지고 공급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더 사회적 약자인가에 대해서는 사람들 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