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실속있는 자살예방사업 '눈에 띄네'

파주시 실속있는 자살예방사업 '눈에 띄네'

코로나 장기화로 자살 위험 높아지는 가운데 다양한 시책 펼쳐
약국·의원, 부동산, 상인, 택시까지…게이트키퍼 역할 맡아
번개탄 등 자살수단 관리 철저, 자살 없는 환경 만드는데 주력

기사승인 2022-04-11 15:18:56
파주시 우리동네 마음건강 약국 협약식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파주시의 자살방지 대책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파주시는 유관기관과 학교, 정신의료기관, 자영업자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적극적으로 자살예방 사업을 펼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코로나19 감염병까지 장기화되는 가운데 우울감 등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시민들을 막기 위해 위한 시책들이다.

◆ 약국, 의원, 부동산 등 316곳 ‘마음건강 사업’ 참여해 주민 마음 보살펴

무엇보다 파주시의 ‘마음건강 사업’이 눈길을 끈다. 이는 지역의 약국과 의원, 한의원 등이 시의 자살예방 시책에 적극 동참해 이뤄지는 사업이다.

지난 2017년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 사업에는 현재 106곳의 약국과 43곳의 의원, 23곳의 한의원 등 요양기관만 172곳이 동참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월롱우리약국을 통해 귀한 한 생명을 구했다. ‘우리동네 마음건강 약국 52호점’인 이곳에 취기가 오른 70대 노인이 수면제를 사러 온 것을 수상하게 여긴 약국의 조치 덕분이었다.

약사는 이날 노인에게 마실 것을 주고 옆에 앉아서 친절하게 사연을 물었다. 노인은 칠순이 넘도록 결혼을 못해 자식도 없고, 삶의 낙이 없다고 했다. 약사는 즉시 파주시자살예방센터에 연락했고, 위기지원팀과 경찰이 출동해 노인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파주시 자살예방사업을 설명하는 최종환 시장

파주시에서는 전체 159곳 약국 가운데 66.7%인 106곳이 마음건강 약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약국의 약사들은 매년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시책에 참여하고 있다.

파주시는 자살의 주 원인이 정신건강 문제이지만 정작 전문 의료기관에서 상담 및 치료를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문 만큼, 접근성이 좋은 요양기관이 자살예방을 위한 게이트키퍼가 돼야 한다고 봤다. 실제로 일선 약국과 의원 등은 단골 고객이 형성돼 주민과의 친밀도가 높고, 전문가로서의 신뢰도가 큰 만큼 적기에 자살 위험군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나아가 시는 지난해부터 부동산, 숙박업소도 게이트키퍼로 양성하는 등 우리동네 마음건강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살로 인한 사망이 주로 자택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자살빈발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 10곳을 ‘마음건강 부동산’, 숙박업소 6곳을 ‘마음건강 숙박업소’로 지정한 것이다.

이들 업소는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이 사업은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과의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

◆ 아픈 마음 살피러 찾아간다…‘파주마음동행 사업’

도·농복합도시인 파주는 자살 사망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사업도 펼치고 있다. 읍·면·동별로 찾아가는 ‘맞춤형 노인자살예방사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자살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찾아가는 정신건강서비스인 ‘파마동(파주마음동행) 마음안심 버스’를 지난해부터 운행하고 있다. 파마동 마음안심 버스는 주 2회 자살빈발지역을 순회하며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전문 상담을 진행하고, 자살고위험군 발견 시 유관기관에 치료 및 상담을 연계한다.

파주시 마음건강 부동산 내부

올해부터는 택시업계와 협업해 파마동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시민이 응급실에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하는 파마동 택시 사업을 실시한다. 자살예방에 동참하는 파마동택시로 안전하게 귀가함으로써 또다른 위험을 방지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과 택시회사, 센터, 보건소 등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사후관리를 할 예정이다.

자살시도자가 사례관리 등 지속적인 관리를 받으면 자살위험도가 감소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따라 파주시는 의료기관에서만 사례관리를 받거나 응급실에서 퇴원한 후 상담 등 지속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 다시금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 번개탄, 농약 등 자살수단 관리 철저…위험환경 개선

파주에서는 자살을 시도하고자 번개탄을 구입하려던 단골 고객을 구한 사례도 있다. 파주 곳곳에 ‘생명사랑 실천가게’로 지정된 번개탄 판매업소 128곳이 주민의 위급신호를 감지해 생명구조에 나서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파주시는 농촌지역에 농약안전보관함 606개를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주된 자살수단 중 하나인 번개탄이나 농약 등의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행여나 모를 자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소방서 구급팀 및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와 협약해 음독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를 의뢰하는 체계를 구축한 음독자살예방사업도 펼치고 있다.

파주시 농약안전보관함

자살을 시도했거나 자살 위험이 있는 우울증을 가진 노인, 자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까지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사례별로 개별 및 집단 프로그램을 구성해 매달 자조모임을 하거나 안부전화를 하는 등 자살 재시도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주시 전역에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2017년부터 해마다 ‘파주시 생명사랑 자살예방 포럼’을 열어 연도별 자살 현황 및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와 관련 단체들이 머리를 맞댄다. 지난해부터 도서관에 ‘괜찮니 ZONE’을 설치해 생명존중에 관한 서적을 공유하고, 우편함을 만들어 시민 누구나 고충을 토로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뒀다.

이처럼 파주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지쳐가는 시민들이 다 함께 힘을 모아 이겨낼 수 있도록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자살예방 사업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종환 시장은 “파주는 타 지역에 비해 노인인구의 비중이 높은데다 신도시 조성으로 신규 인구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연이은 재난상황에다 급격한 변화로 인해 시민들이 힘들어 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지역사회가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
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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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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