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재개발시장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위’라는 명성을 내세워 서울 동작구 흑석2구역과 용산구 한남2구역 등에서 수주활동에 나섰다. 삼성물산의 등장에 경쟁사들도 적극적인 수주 활동으로 대응하는 상황. 삼성물산이 재개발시장에서도 업계 1위 명성을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오는 19일 입찰을 마감하는 흑석2구역 시공사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다. 흑석2구역은 동작구 흑석동 99-2 일대 4만5229㎥에 지하 7층~지상 49층 아파트 총 12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 구역은 ‘준강남’ 입지에 한강 조망권이 확보되는 사업성 높은 구역이라 많은 건설사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SK에코플랜트 등 대형건설사 8곳이 참여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흑석2구역은 입지가 좋은 만큼 사업성이 높아 입찰 참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이 이번 수주에 성공하면 12년 만에 재개발 수주를 받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2010년 가재울5구역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이후 재개발사업 수주 실적이 없다. 과도한 수주전과 조합 비리 등 시장이 혼탁한 모습을 보이자 ‘클린 수주’를 외치며 시장에서 발을 뺀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소극적인 주택사업 태도를 두고 주택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소극적인 주택사업 태도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입지를 뒤흔드는 결과를 불러왔다. 삼성물산의 주택수주 잔고는 2013년 말 13조7801억원에서 계속해서 줄어 2021년 5조5689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는 삼성물산 매출에서 건설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40%대에서 지난해 30%대까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 때 70% 수준에 달하던 영업이익 기여도 역시 30~40% 수준으로 하락했다.
변화는 2020년부터 본격화됐다. 삼성물산은 2020년 신반포15차 아파트와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을 연달아 수주하며 재건축 사업을 강화했다. 뒤이어 지난해부터는 재개발 시장 복귀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남2구역도 흑석2구역만큼이나 삼성물산의 재개발시장 복귀가 거론되는 지역이다. 한남2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272-3번지 일원 11만5500㎡를 개발하는 사업으로 최고 14개층, 공동주택 30개동, 총 1537가구를 조성하는 재개발 사업이다. 총사업비 948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한남2구역 현장에서는 삼성물산의 수주 활동이 활발하다는 반응들이 나온다. 흑석2구역 한 개업공인중개사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대우건설, 포스코, 롯데 등의 건설사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공공재개발 반대 여론과 경쟁사들의 대응, 클린 수주 여부다. 흑석2구역의 경우 지역 상인들을 중심으로 공공재개발에 반대하는 여론이 상당하다. 최근에는 여타 공공재개발 반대 주민들과 연대해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을 계획하고 있다.
수주를 위한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흑석2구역에서는 GS건설, 대우건설이 한남2구역에서는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등이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에 적극적이다. 아울러 ‘클린 수주’ 여부도 중요 변수다. 삼성물산은 경쟁이 과열되거나 혼탁해질 경우 ‘클린 수주’ 원칙에 따라 수주전 불참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동안 개별 사업의 사업성과 클린 수주 원칙에 따라 정비사업 참여를 결정해 왔다”며 “앞으로 정비사업의 참여 역시 사업성과 클린 수주 두 가지 원칙에 따라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