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화살 받이’, 케스파는 뒤로 숨었다 [게임로그인]

감독은 ‘화살 받이’, 케스파는 뒤로 숨었다 [게임로그인]

기사승인 2022-04-21 17:00:38
굳은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가는 김정균 LoL 국가대표 감독.   사진=김찬홍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LoL 종목의 지휘봉을 잡은 김정균 감독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수 선발과 관련해 KeSPA(케스파‧한국e스포츠협회)와 불협화음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4년 전의 아쉬움을 씻고자 모였지만, 전장에 나서기도 전에 내부부터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총 8개 종목 가운데 LoL은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종목이다. 올해 초부터 유력 후보들을 놓고 가상 명단을 꾸릴 만큼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하지만 지난 14일 협회가 LoL 국가대표 예비명단 10인을 발표하면서, 오는 22일과 23일 전라도 광주e스포츠 경기장에서 평가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팬들은 선수 선발이 차출 방식으로 이뤄진 것과, 선발전 성격을 가진 평가전을 개최하는 것, 5월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이라는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을 소집한 것 등을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업계 관계자들도 협회의 결정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부담을 느낀 협회는 돌연 평가전을 취소했고, 급기야는 합숙도 조기 종료했다. 20일엔 공식 SNS에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몇 가지 쟁점에 반박하기도 했다. 

협회는 같은 날 저녁, 갑작스레 김 감독의 기자회견을 공지했다. 아시안게임 감독에 선임되고도 별다른 인터뷰조차 없었던 김 감독이다. 기자회견은 김 감독의 요청에 의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21일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나섰다. 그리고 작심한 듯 발언을 이어나갔다.

김 감독은 협회에 꾸준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MSI와 서머 시즌 일정 등을 고려해 평가전을 치르는 것에 반대했지만 협회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평가전 취소도 합숙 첫 날 아침에야 전달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0인의 예비명단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합숙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나온 단기 지표가 선수 선발에 큰 영향을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스프링 시즌 지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협회를 꾸준히 설득했다면서, 지금이라도 6인의 선수를 빠르게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와 현장의 방향성이 첨예하게 갈렸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기대했던 성과를 내기 위해선 ‘원 팀(One Team)’으로 뭉쳐 같은 방향을 보는 게 중요한데, 대회를 4개월가량 앞둔 현재도 엇박자를 타고 있는 셈이다. 

물론 타 스포츠 종목에서도 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현장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과거 한국 e스포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협회는 종목사와의 이해관계 탓에 현재는 현장과 분리돼 있다. 더욱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상황에서, 전방위에 나서 고집을 이어간 부분은 납득하기 힘들다. 평가전 취소 사실을 당일에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점에선 협회와 현장의 기이한 수직 관계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사태의 원흉인 협회는 뒤로 숨었다. 취재진의 날선 질문을 받아야 했던 건 현장의 수장, 김 감독이다. 이날 기자회견 분위기는 ‘취조’에 가까웠다. 홀로 단상에 선 김 감독은 담담히 질의에 답했지만 간혹 격양된 반응을 보였고, 긴장한 듯 “다시 할게요”라며 몇 차례나 말을 고치곤 했다. 김 감독은 논란이 불거진 당시, 인터뷰 등을 통해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대회 직후에도 이와 같은 그림이 재현되지 말란 법은 없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오롯이 현장의 몫이다. 4년 전에 놓친 금메달을 혹여 재차 놓쳤을 때 쏟아질 일각의 비난을 감내해야 되는 건 선수단이다.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준비 과정과 지원에 힘써야 하는 건 협회의 책임이자 의무다. 내부의 혼란으로 선수단이 흔들려선 곤란하다. 오는 9월엔 취재 단상에 앉아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이 아닌, 환하게 웃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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