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에 실패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쌍용자동차까지 매각이 불발함에 따라 산업은행의 ‘사후적 구조조정’ 방식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했던 민영화처럼 산업은행을 지주사 형태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사모펀드 운용사(PEF) JC파트너스에 KDB생명 매각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겠다고 통보했다. KDB생명 매각 계약 해지는 JC파트너스가 보험사의 대주주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지난 2020년 6월 산업은행은 JC파트너스를 KDB생명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1년 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은 KCV가 보유한 KDB생명 지분 92.7%를 JC파트너스가 펀드를 설립해 2000억원에 인수하고, JC파트너스가 1500억원 규모의 KDB생명 자본확충을 이행한다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지난 13일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JC파트너스는 현재 MG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대주주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금융기관의 대주주가 아니어야 한다. 또한 SPA 상 거래종결 기한인 1월31일까지 JC파트너스가 금융위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지도 못한 것도 작용했다.
산업은행의 매각 불발은 KDB생명뿐만이 아니다. 주채권은행으로 매각정책에 책임을 지고 있는 쌍용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에디슨모터스가 지급 기한 안에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수합병계약이 무산됐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2019년 현대중공업과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허로 인수합병이 무산됐다.
이처럼 연이은 매각 실패가 이어지자 일각에서 산업은행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주도로 열린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과제 : 산업은행의 역할 재편을 중심으로’에서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은행의 사후적 구조조정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구 연구위원은 “정책금융기관이 대주주, 주채권은행으로서 대기업에 대한 사후적 구조조정을 담당할 경우 해당 기업의 공기업화로 적극적인 방식의 사업구조조정이 어렵다”며 “사후적 기업 구조조정에서의 정책금융의 역할에 대한 근원적 검토가 필요한 만큼 회생 절차, PEF 등을 통해 사후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중소기업 정책금융공사’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지주회사 형태의 공사 설립을 통해 정책자금의 총량 통제와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산은의 경우 중소기업 지원과 상업금융 부문은 공사에 이전하거나 민영화를 추진하고, 구조조정 금융과 혁신기업 투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