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을 비롯한 국내 손해보험사 8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임대주택 보험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17억6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담합을 주도한 KB손보와 공기업인스컨설팅을 대상으로 검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KB손보 등 7곳은 2018년 LH가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에서 들러리를 세우고 고의로 입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해당 업체는 KB손해보험을 비롯해 공기업인스컨설팅(공기업인스) 삼성화재해상보험, MG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KB손해보험은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으로 발생한 1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만회하고자 공기업인스컨설팅과 담합을 모의했다. 이후 KB손보와 공기업인스는 삼성화재를 들러리로 섭외했다. 유력한 경쟁사인 한화손보 및 흥국화재에는 입찰에 불참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삼성화재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은 낙찰 예정자인 KB공동수급체의 지분 각각 10%, 5%를 코리안리(재보험사)를 경유해 재재보험으로 인수했다.
일반적으로 ‘재재보험’은 보험가액이 큰 경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원수보험사는 재보험에, 재보험사는 재재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사건에서 재재보험은 담합을 은폐하기 위해 활용됐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KB손보는 담합에 동참한 흥국화재에는 2018년 화재보험입찰에서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도록 했다. MG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은 삼성화재가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듣고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입찰 담합에 가담했다.
이같은 손보사들의 담합으로 낙찰금액은 2017년 대비 4.3배, 설계가 대비 투찰률은 2017년 49.9%에서 2019년 93.0%로 상승했다. 이는 LH가 2016년부터 재산종합보험입찰을 통합해 실시한 이래 낙찰금액과 투찰률이 가장 높은 수치다.
화재보험의 경우 한화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보험을 입찰에 불참하도록 하고 KB공동수급체 지분 일부를 배정했다. MG손해보험도 한화와 메리츠의 입찰 불참 및 지분 배정 사실을 인지하고 KB공동수급체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입찰담함에 참가했다. 이에 따라 낙찰금액은 2017년 대비 2.5배, 투찰률은 93.7%로 전년 대비 급격하게 상승했다.
공정위는 주도사인 KB손해보험과 공기업인스에 과징금 2억8400만원과 2억630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 이외에 ▲삼성화재 2억3000만원 ▲한화손보 2억6300만원 ▲흥국화재 2억3000만원 ▲DB손보 2억700만원 ▲MG손보 2억6300만원, 메리츠화재보험 2400만원을 부과했다.
이와 함께 KB손보의 법인과 임직원 2명, 공기업인스의 법인과 임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보험사들이 들러리 및 입찰 불참 대가로 재재보험을 인수하도록 하거나 청약서를 위조하는 방식의 담합 행위를 적발한 데 의의가 있다”면서 “보험과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입찰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적발 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