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족 시름 뒤엔 금융지주 순익 ‘최다’

영끌족 시름 뒤엔 금융지주 순익 ‘최다’

4대지주 1분기 당기순이익 4조6399억원…‘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이자장사 지적에 ‘주주친화’ 카드…‘예대금리차 공시’ 도입 목소리 높아져

기사승인 2022-04-26 06:10:02

시장금리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가면서 영끌족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연 6%를 넘어 7%대를 바라보는 상황 속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순이익이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갱신했다. 이같은 금융지주의 호실적을 두고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달래기에 나섰다.

4대 지주, 시장 예측보다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 달성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총 4조6399억원을 시현했다. 해당 수치는 4대 지주 전체 순이익을 집계한 이래 최대치다. 시장 전망치를 17%이상 넘기는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실현한 셈이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먼저 KB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이 전년동기대비 14.4%가 늘어난 1조4531억원을 기록하면서 ‘리딩뱅크’의 자리를 사수하는데 성공했다. 이어 신한금융그룹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인 1조400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7.5%가 증가한 수치다.

하나금융그룹도 1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8% 증가한 9022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사상 최대치는 아니지만 해당 수치에 근접했다. 우리금융그룹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88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5% 증가했다.

4대 지주의 호실적의 가장 큰 요인은 ‘이자이익’이다. 가계대출은 1분기 내내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순이자마진(NIM)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NIM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각 금융지주의 이자이익과 NIM을 보면 ▲KB금융 2조6480억원(1.91%) ▲신한금융 2조4876억원(1.89%) ▲하나금융 2조203억원(1.71%) ▲우리금융 1조9877억원(1.73%) 순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자이익으로만 9조원을 넘게 벌어들인 셈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 지적…‘주주 친화 정책’으로 타개책 모색?

일각에서는 금융지주의 호실적을 두고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출금리보다 예·적금 금리를 상대적으로 적게 올리면서 이자이익만 추구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7%p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6월(2.28%p) 이후 약 2년8개월만에 최대치다. 이를 의식한 은행들이 최근 예·적금 등 수신금리를 최대 0.3~0.4%p 인상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평균 인상 폭은 0.25%p에 그친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예대금리차 뿐 아니라 변동금리 대출 증가도 실적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 기준금리가 낮던 코로나19 시기 많은 ‘영끌족’들이 이용한 변동금리 대출이 2022년 시점 오히려 은행의 이익을 키워주고 있는 셈. 실제로 은행의 2월 중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전체의 77.5%를 기록하며 전월대비 1.3%p 높아졌다.

이자장사 비판이 제기되자 금융지주들은 ‘주주친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등으로 주주들의 환심을 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먼저 KB금융 이사회는 주주환원을 위해 올해부터 분기배당을 정례화하고, 1분기 배당으로 주당배당금 500원을 결의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400원으로 결정했으며, 배당은 5월 초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도 2023년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을 위해 정관을 변경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30일로 명시했다.

자사주 소각도 진행한다. 하나금융은 지주 설립(2005년) 이래 처음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4월 중 자사주 1500억원 매입과 소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며, KB금융은 지난 2월 약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상태다.

다만 이같은 호실적을 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공약한 ‘예대금리 공시제도’ 도입의 목소리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된 이창용 총재도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건 정보 공개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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