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6·1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즉각 “대통령직을 걸고 이야기하라” “지지율도 낮은데 신임투표라도 해라”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다. 선관위는 “재외국민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 제14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해당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다”며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민투표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국민투표도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헌법상 국민투표 요건에 해당되는지 논란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윤 당선인 측은 검수완박이 국가 중대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인지를 둘러싸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이러한 선관위의 입장에 대해 보수 성향 교수단체가 “월권행위”라며 비판에 나섰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은 28일 긴급성명에서 “검수완박 법안 국민투표가 헌법불합치로 인해 불가하다는 주장은 타당하지도 않고, 선관위가 나설 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입장이 선관위 위원 전체회의를 거쳐 정리된 입장인지, 아니면 선관위 내부 특정인의 사견인지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앞서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꼭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할 중대한 대상이다. 국민투표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소위 '검수완박'을 의제로 하는 국민투표를 대통령이 실시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헌법 제72조에 명시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내용을 두고 검수완박이 국민투표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검수완박을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더욱 어렵게 하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측면이 있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근본 헌법질서를 문란시켰다는 점에서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신 변호사는 “민주주의 헌법의 핵심은,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입법독재’ 혹은 ‘입법쿠데타’라고도 부를 수 있는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의 국민투표부의권은 그런 장치의 하나로서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국민투표 제안에 동의했다.
또 “소위 ‘검수완박’은 국가의 중요정책으로서 국민투표에 의해 국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는 것”이라며 “꼭 국민의 의사를 물어야 할 중대한 대상이다. 국민투표에 하등의 절차적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판사 출신 김태규 변호사도 “검수완박, 국민투표가 안 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변호사는 “헌법 제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위 헌법 조항 그 자체로 완결적 문장구조를 갖추고 있고, 별도의 보충을 요구하지 않는다. 헌법에서 법률에 의하여 보충이 필요할 경우에는 ‘법률로 정한다’라는 표현이 별도로 표시된다”며 “헌법 규정 자체로 충분히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다만, 국민투표제도의 운영에 필요한 기술적인 부분을 정하기 위한 법률이 국민투표법이다. 그 기술적인 법률의 일부 조항이 헌법불합치결정이 났다고 해서 헌법상의 국민투표제도가 무력화되어도 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고,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적인 문제점을 법으로 수정하지 못했으면 그 취지를 쫓아 행정조치로 수정하면 된다. 재외국민에게 참여할 기회를 허락하면 헌재의 위헌결정에도 충실한 법의 운용이 된다. 법률을 엉뚱하게 만들어 두고 나서, 그 법률을 근거로 헌법조항을 무력화해도 된다는 그런 엉터리 논리를 선관위에서 제시한다는 자체가 도대체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 안건도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이라고 규정해 열린 형태로 규정되어 있다. 더욱이 형사사법절차는 바로 범죄의 응징과 관련되므로, 이에 관한 것은 국가와 사회의 안위에 직접 연결되는 중요한 정책이 된다”며 “이런 저런 핑계로 국민투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은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중요한 사항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것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선진사법이라는 근거도 없는 해괴한 논리로 근대형사사법체계에 기초한 선진적인 제도를 망가뜨리고 공안국가로 만드려는 그 시도가 더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지난 27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다수의 폭거에 대해 당연히 현 대통령께서는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믿지만 그럼에도 민주당과 야합을 한다면 국민들께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지 않나. 헌법 정신을 지키기 위해 당선인 비서실은 대통령 당선인께 국민투표를 붙이는 안을 보고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국민투표 시점과 관련해 “잠정적으로 검토는 계속해야겠지만 비용적 측면에서 지방선거 때 함께 치른다면 큰 비용도 안들수 있고 국민 뜻을 물을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장 실장은 ‘국민투표 요건이나 위헌성, 절차 등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장 실장은 “다 검토할 것이다. 저는 가능하다고 본다. 투표인 명부 문제인데, 이걸 어떻게 할 건가에 대해 잘 검토해서 보고할 것”이라며 “지금 여론을 한번 보시라. 국회의원이 수사를 안받는 특혜를 누려도 되는건지, 공직자들이 수사에서 벗어나도 되는 건지 국민들께 물어본다면 우리 국민들이 거부권을 행사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