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누리꾼이 살아있는 햄스터를 십자가 모양 나무 막대기에 매달아 학대하는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공분을 사고 있다. 길고양이를 불태우고 학대하는 영상이 올라왔던 커뮤니티에 또다시 동물 학대 게시물이 올라온 것.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잔혹한 동물 학대 사건이 잇따라 알려지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더 큰 범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동물권단체 카라와 케어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햄쏘우’란 닉네임을 가진 A씨는 한 커뮤니티에 햄스터를 학대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 커뮤니티는 지난 2월에도 햄스터를 학대하고 길고양이를 불태우는 등 동물 학대 글과 사진, 영상 등이 올라와 논란이 된 바 있다.
단체들이 블로그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십자가 모양의 나무젓가락에 햄스터의 팔 다리가 묶여 있었다. A씨는 “쥐XX 주제에 찌익거리면서 발버둥 치는거 진짜 XX 웃김ㅋㅋ”라며 “만약 저 X 살리고 싶으면 댓글로 욕 없이 내 맘에 들게 설득해봐라. 합당한 이유면 살려주거나 안락사해 줌”이라고 적었다. 동물권단체들은 햄스터 학대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동물학대 범죄의 형태는 점점 다양해지고 잔혹해지고 있다. 제주에서는 푸들을 코만 내놓은 채 생매장한 사건이 발생했고 길고양이들을 잔혹하게 죽이고 그 사진을 채팅방에 올리는 ‘동물판 n번방’ 사건도 알려져 공분이 일었다. 27일에는 경북 포항의 폐양식장에서 길고양이 여러 마리를 잔혹하게 죽이고 SNS에 올린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구속되기도 했다.
‘카라’ 관계자는 쿠키뉴스를 통해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잔혹한 사건들이 많아져 동물 학대가 더 심해졌다고 보고 있다”며 “(과거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동물 학대가 많았다면 이제는 밖으로 보여지고 잔혹한 수위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커뮤니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동물 학대 게시물을 쉽게 접하는 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아동·청소년이 동물 학대를 재밋거리로 여기거나 모방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동물 학대가 폭력, 살인 등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성용은 한국범죄심리학회 부회장(극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최근 SNS, 커뮤니티, 고어방 등 온라인에 동물 학대 사진, 영상을 공유하는 사건이 늘어가는 것과 관련해 “과시욕구”라고 진단했다. “(동물 학대자) 본인과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가 표출되고 있다고 보여진다”는 설명이다.
성 부회장은 “(동물 학대자의) 공격성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업·학업 스트레스 등 외부의 부정적 환경조건이나 재미·흥미 등의 이유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공격 대상을 바꾼다면) 자신보다 약자이거나 공격하기 쉬운 대상을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 학대자는 자신의 행위에 죄책감을 크게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희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생과 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결정권자라는 희열을 느끼기 쉽다”고 했다. 연쇄살인범죄자들이 살인 욕구를 끊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실제 연쇄살인범 유영철, 강호순, 김해선 등도 첫 범행 직전 동물을 이유 없이 살해하고 살인 연습을 했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과 중학생 딸의 친구를 유인해 살해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도 범행 이전엔 동물 학대범이었다.
박기범 동아대학교 교수의 ‘폭력성 범죄의 예측가능성에 관한 연구’(2010)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을 대상으로 한 FBI의 연구에서 절반 이상의 연쇄살인범이 아동 또는 청소년기에 동물 학대나 고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동물 학대를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이 지난해 발간한 ‘동물학대 행위자 심리상담 제도 도입 관련 미국 입법례’에 따르면,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정신검강검진, 분노조절 및 심리상담을 의무화하고 있다. 테네시주의 경우 동물 학대 행위를 저지른 범죄자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국내서도 지난 5일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 학대 행위자에 최대 200시간 범위에서 상담, 교육 등을 이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물 학대자의 상담과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과 함께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