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은행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본격적인 경영에 나선 우리금융지주가 횡령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감원이 중징계를 선고할 경우 경영진의 행보도 불투명해질 수 도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횡령 사건 조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먼저 금감원은 지난 29일 ‘우리은행 횡령 사건 관련 긴급 대책회의’을 열고 우리은행과 이를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을 대상으로 감리에 들어갔으며, 경찰은 인력을 동원해 우리은행 본점 및 직원 A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우리은행 횡령사태는 A씨가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총 6년간 614억원을 횡령하면서 발생했다. A씨는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매각하면서 발생한 자금을 세 차례에 걸쳐 횡령했다.
A씨는 경찰 진술 과정에서 ‘횡령금을 인출해 일부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일부는 동생이 하는 사업에 투자했지만 잘 되지 않아 전액을 손실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횡령 사고는 금융권 내에서 드문 편이다. 특히 시중은행에서 이정도 규모의 사고가 일어난 것은 십수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표적으로 2005년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에서 850억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 횡령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지난해 은행에서 발생한 금전사고는 ▲사기 8건(6억8000만원) ▲배임 3건(41억9000만원) ▲횡령유용 16건(67억60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으로 인해 당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경징계를 받은 반면 최동수 조흥은행장은 중징계를 선고받아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당했다.
금감원이 조사에 들어간 만큼 우리은행은 타격을 피하기 힘들 전망으로 보인다. 지난 DLF사태 당시 우리은행은 당국을 상대로 승소했지만 이번에는 은행 내부 시스템 부실에서 촉발된 사건인 만큼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수뇌부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 원장은 29일 “(우리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주의 업무를 게을리했다면 사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최고경영자 제재 여부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2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있어서는 안 될 횡령 사고가 발견됐다”며 “한 사람의 악한 마음과 이기적인 범죄로 모두가 땀 흘려 쌓아 올린 신뢰가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리고 말았다. 조사 결과에 따라 당사자는 물론 추가 연관자들이 있다면 그들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이 지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금융시민단체는 ‘꼬리 자르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같은날 논평을 내고 “장기간, 3차례에 걸쳐 횡령을 저질렀음에도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는 당시 은행장이었던 손태승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책임이 크다”며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직원 꼬리자르기가 아니라 부실한 내부통제시스템과, 모든 위험 요소를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부터 했어야 마땅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내부통제시스템이 부실하다는 명백한 증거이며 금감원은 부실 감독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검사 제도에 대해 종합적인 논의와 검사 제도를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