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 의사를 밝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마지막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이동걸 회장은 재차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반대를 명확히 밝혔고, 최근 불거진 산업은행의 구조조정과 경영 성과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2일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정부 출범에 맞춰 새로운 분이 들어와서 새 정부의 정책 철학에 맞춰 산은을 이끌어가길 기대하며 사임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산은 회장으로 임명돼 한 번 연임됐다.
재임기간 중 이 회장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쌍용차·금호타이어·KDB생명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심사 불허로 인수합병이 무산됐으며 쌍용자동차는 에디슨모터스가 지급 기한 안에 인수대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수합병계약이 끝내 실패했다.
이날 이 회장은 작심한 듯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먼저 산업은행이 최근 연달아 매각에 실패하면서 불거진 ‘산은 무용론’에 대해 “산은 조직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2017년 9월 취임했을 당시 산은 창고에는 정리되지 않는 부실기업 현안이 즐비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구조조정이 거의 추진되지 않았던 것은 어려운 기업이 있으면 자금 투입해 미봉책으로 미뤄놓고 시간끌기 하고 이런 연명치료를 했기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은행은 합리적인 구조조정 원칙 하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일관성있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쌍용차·KDB생명 3개를 제외하고 금호타이어, 한국GM, 대우건설, 한진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11개 기업의 구조조정을 확고한 원칙에 따라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하게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의 고통 분담과 책임있는 역할이 있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방안이어야 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울경 지역이 정부지원 대신 자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부울경 지역은 박정희 대통령 이래 산업화에서 가장 특혜받은 지역으로 기간산업이 부울경에 집중된 것은 국가의 집중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이제 부울경 스스로 자생하는 노력을 해서 다른 지역을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제2의 경제 도시라고 한다면 다른 지역 것을 뺏기 보다 지역 부실기업을 구조조정하고 미래산업을 키우는 등 스스로 경쟁력을 되찾고 다른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부울경이 대한민국 경제의 싱크홀이 되서는 안된다”고 첨언했다.
또한 이 회장은 이번 사임이 정부와 임기를 맞춘다는 차원이라고 밝히고 “정부 교체기마다 기관장 교체 관련 잡음이 일어나는 데 이는 소모적인 정쟁으로 5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관장의 임기를 3년으로 설정해 대통령 임기와 어긋난 상황 속 정부 교체마다 인선으로 논란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주요 정책 기관을 선별해서 그 기관장들은 임기를 5년, 2.5년으로 하고 그외 남은 기관들은 임기를 존중해주는 것이 성숙된 행태고 선진적인 관행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