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장례비 오르고 병원검사료 내렸다

코로나 시대, 장례비 오르고 병원검사료 내렸다

기사승인 2022-05-06 06:20:02
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지난 3월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박효상
#햄, 어묵, 맛살, 계란, 참치 한 캔, 과자 한 봉지, 사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첫 현장학습을 가는 자녀를 위해 장을 보던 A씨. 2만4000원에 달하는 영수증을 보고 달라진 물가를 체감했다. 코로나19 전에는 만원짜리 2장으로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코로나19 전과 후, 소비자물가가 달라졌다. 급격한 물가 인상에 인플레이션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6.85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지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발표된 소비자물가는 지난 2020년을 기준(100)으로 한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코로나19를 거치며 물가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은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시작된 2020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했다. 2020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0.09다. 같은 해 3월부터 7월까지 99로 소폭 하락했으나, 8월부터 100.19로 다시 올랐다. 상승은 이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상승 폭은 가팔라졌다. 지난 3월 106.06을 기록했다. 2020년 평균 물가지수 대비 6.06% 오른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가격이 급등한 품목 중에는 농·축·수산물이 많았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재고를 쌓아두기 어렵다. 공급과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주요 산지에서 생산·수확이 어렵게 돼 수입에 차질이 생기며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키위와 블루베리, 파인애플 등 수입과일 등의 물가지수는 줄줄이 상승세를 보였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상세 품목을 살펴보면 마늘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2020년 1월 89.37에 불과했다. 이후 같은해 8월 상승을 시작, 지난 3월 139.48을 기록했다. 지수가 50.11이나 상승한 것이다. 수입쇠고기는 2020년 1월 100.59에서 지난 3월 127.82로 올랐다. 달걀은 99.41에서 130.9로, 식용유는 93.33에서 137.59로 뛰었다. 실제로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달걀 1판은 5070원에서 7157원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5540원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식용유 1.8L는 현재 7218원에 팔리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보여주는 물가 상승 품목도 있다. 진통제와 즉석·냉동식품 등이다. 진통제는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대확산 등으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진통제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1월 96.12에서 지난 3월 109.21로 상승했다. 즉석·냉동식품 또한 2020년 대비 각각 11.61%, 6.81% 올랐다. 비대면이 새로운 사회 방향으로 자리 잡으며 택배이용료와 이러닝이용료 소비자물가지수도 상승했다. 장례비도 오름세를 보였다. 국내 코로나19 월별 사망자는 지난해 12월부터 네 자릿수로 늘어났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1.63이다. 지난 3월 104.35까지 올랐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휘발유, 경유 등 석유류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 유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재확산, 백신 등장, 거리두기 해제 등에 따라 출렁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원유 수요가 늘고 있지만 축소됐던 공급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원유 공급에 또 빨간불이 켜졌다. 휘발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1월 113.37에서 지난 3월 138.99로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요가 높아진 품목도 있다. 주택수선재료는 인테리어 수요 증가 바람을 타고 2020년 1월 99.83에서 지난 3월 111.73으로 급등했다. 이 기간 전면 재택근무로 전환했던 기업들이 늘어난 탓인지 책상과 의자 등의 가구들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3월 기준, 책상은 2020년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12.9%, 의자는 5.9% 상승했다. 그 밖에도 침대 12.7%, 냄비 12%, 실내화 8.9%, 전기레인지 5.9% 상승 변동했다.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어두웠던 코로나19 터널을 거치며 가격이 폭락한 품목도 있다. 농산물 중 생강은 87.38(2020년 1월)에서 124.67(2020년 8월)까지 올랐다가 지난 3월 61.67로 떨어졌다. 2020년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38.4% 하락한 것이다. 생강 농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감소와 생산량 증가 등으로 인해 생강 가격이 크게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병원 검사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1월 기준 109.9에서 2022년 3월 58.75로 주저앉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당국의 의료비 지원이 하락 요인으로 보인다.
 
품귀 현상을 겪었던 마스크는 2020년 6월(121.67)까지 상승 폭을 보이다가 이후 수급 안정을 찾았다. 지난 3월에는 73.29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2020년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콘택트렌즈 5.2%, 선글라스 2.7%, 유모차 2.1% 하락했다. 

그래픽=이해영 디자이너 
코로나19의 여파로 물가가 상승,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달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높았으나 소비지출전망이나 향후경기 전망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물가 상승이 지속되거나 생활필수품 가격 인상 관리가 안 된다면 체감 물가가 높아져 소비 위축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원부자재 수급 불안정 등 물가 상승 압박 요인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신중히 결정해주길 바란다. 정부에서도 중장기적인 원재료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에서 더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stagnation·스태그네이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불황기의 물가상승을 뜻한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축소되면서 공급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다시 수요가 늘어지만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아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상태”라며 “고물가 상태에서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소연, 민수미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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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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