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지만 살았다?... 여가부장관 후보, 모호한 답변에 집중포화

죽었지만 살았다?... 여가부장관 후보, 모호한 답변에 집중포화

김현숙 후보자, 11일 인사청문회 나서
여가부 폐지한다면서 “여성정책 폐지는 아냐”
“尹 말처럼 구조적 성차별 없냐” 묻자 동문서답
모친 페이퍼컴퍼니 의혹도 나와

기사승인 2022-05-11 19:59:04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며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폐지’ 숙제를 떠안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놔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격을 맞았다. 그는 “여성가족부 현재의 ‘틀’이 폐지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여성 정책의 폐지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1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한 줄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의 업무가 분절적이고 법무부나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협업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여가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일종의 세컨더리 부처의 역할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강화하고, 주력할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여가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다른 부처에 이관한다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고 일원화해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여가부의 틀은 폐지해야 한다면서도 그간 해오던 기능이나 역할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라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말씀을 들어보니까 여가부 너비를 넓히고 깊이 더 보완해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겠다는 말씀 같다. 우리가 이런 것을 추구할 때 폐지한다고 말하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여가부 폐지가 아닌 여가부 확대 개편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지 않냐는 지적이다.

이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놓은 ‘여가부 폐지법’과도 배치되는 부분이라 의문이 제기됐다. 권 원내대표가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여가부 장관이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여성의 권익증진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제41조가 삭제됐다. 권 원내대표가 내놓은 정부조직법이 통과된다면 당장 여성 정책을 종합‧기획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는 없어진다.

김 후보자는 “(권 원내대표가 발의한 여가부 폐지법의) 부칙에 여성의 권익증진, 지위 향상 중 대통령이 정하는 법무부, 행정안전부, 고용부로 사무가 이관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그 말이 여성정책을 기획하고 종합하는 업무는 사라지는 것 아니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원내대표가 내놓은 법안에 관한 찬반 의견을 묻자 “찬성, 반대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여가부에 관해 나온 여러 안 중 하나기 때문에 검토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 “의견이 없다는 건가”라고 묻자 “민주당 안을 주면 그것도 검토하겠다”고 답변만 되풀이했다.

김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여가부 폐지 근거로 내놓은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쉽사리 동의하지 못했다. 김 후보자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미뤘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남성‧여성의 실질임금, 글로벌성별격차지수, 유리천장지수 등 현재 한국의 세계성격차지수가 OECD 국가 중 낮은 순위라고 언급하며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후보자는 “우리가 세계성격차지수에서 낮은 지수를 갖고 있는 것은 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여가부가 20년 동안 있었지만 왜 세계성격차지수가 102위로 떨어졌는지에 대해서 의원들과 토론하고 싶다”고 다소 동떨어진 답변을 내놨다. 이에 송옥주 여가위 위원장이 “아직 장관이 된 게 아니다. 후보자 (자격인데) 토론을 해보자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가부 폐지에 관한 분명한 근거 없이 ‘이대남’(20대 남성) 표를 노리고 내놓은 공약이 아니냐는 질타가 나왔다. 권 의원은 “일부 남성 표에 무릎을 꿇고 근거 없이 성평등 부처의 폐지를 말하고 있는 윤 정부와, 폐지될 부처라도 해보겠다고 나선 후보자는 비판받아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가부 폐지 공약의 수정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도 불분명한 답변을 내놨다. 의견을 수렴한 뒤 여가부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수정 가능성을 일부 열어두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여가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이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원칙은 분명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 각계각층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합의 가능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 촘촘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하라는 말씀으로 알아들었다”고 했다.

‘시한부 장관’이 아니라고도 했다. 강 의원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후보자는 시한부 장관으로 여가부 폐지 로드맵만 발표하고 사퇴하면 된다고 했다. 시한부 장관이라는 평가에 동의하냐”고 묻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 모친의 페이퍼컴퍼니 운영에 관한 의혹도 제기됐다. 홍정민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모친이 대표로 있는 프라임오에스의 소재지가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건물로 등록돼 있는데, 해당 건물은 유흥업소 및 일반음식점을 제외하면 비어 있다”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는 “(프라임오에스는) 영업실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페이퍼컴퍼니가 아닌 것은) 100% 분명하다”고 해명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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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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