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2일자로 사임을 표명했다. 정황상 정 원장이 유임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직접 자리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정 원장 임기 내 진행되던 현행 검사 체계 개편의 변화가 다시 한 번 올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은보 원장이 사임을 표명했다. 정 원장은 지난해 8월 임명 이후 약 3년의 임기가 남았지만 9개월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밝힌 것. 당초 정 원장은 윤석열 행정부에서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정권 교체기에 기존 금감원장이 물러나는 것이 관례라는 것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 원장은 행시 28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재정경제부(옛 기재부) 금융정책과장,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관,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를 맡은 뒤 지난해 8월 제14대 금감원장으로 임명됐다.
정 원장은 임기를 시작하면서 종합·부문검사로 구분되는 현행 검사 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전 금감원장인 윤석헌 원장은 강도 높은 종합검사를 천명하면서 금융사들과 마찰을 이어왔지만 이같은 색깔을 지우겠다고 천명한 것.
실제로 정 원장은 금융사와 첫 만남인 금융지주그룹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의 검사 업무를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보다,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 잡힌 검사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며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검사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2022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기적으로 리스크를 진단하는 ‘정기검사’와 부문별 적기 대응을 위한 ‘수시검사’를 유기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기검사는 30회, 수시검사는 749회(현장검사 507회, 서면검사 242회)가 예정된 상황이다.
정 원장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쳐 불안정해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데도 주력했다. 상환능력 위주 여신심사 정착을 위해 차주 단위 총부채상환비율(DSR) 적용 확대 등 지난해 10월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 강화방안’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개인사업자대출 리스크관리를 비롯해 서민·취약계층의 실수요대출에 대한 충분한 한도 및 인센티브 부여 등의 방안들도 검토했다.
이같은 노력을 통해 지난 3월 기준 가계대출 증가세는 4개월 연속 하락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다만 정 원장의 행보는 사임을 표명하면서 끝나게 됐다. 특히 2022년 새롭게 적용된 신규 검사체계 방안이 신임 금감원장의 부임과 함께 다시 기존의 ‘종합검사’ 체계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차기 금감원장 후보로 언급되는 인물들은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비롯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 등이 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