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엔데믹과 함께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큰 폭으로 발생했기 때문. 또한 미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한국도 통화정책 기조를 맞춰나가야만 했다.
지난달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리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그간 시중에 풀린 대출들의 이자부담도 함께 높아지고 있어 대출차주들의 한숨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에서 1.75%로 0.25%p 인상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린 이후 연이어 추가 인상한 것. 이처럼 2개월 연속 기준금리가 올라간 것은 지난 2007년 이후 약 15년만이며, 한국의 기준금리가 1.75%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약 4년 만이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에는 물가가 급등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4.8% 급등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실제 물가 상승 압력을 예상하는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9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3.3%를 기록했다.
금통위의 우려는 통화정책방향문(통방문)에서 잘 드러난다. 금통위는 회의 직후 통방문을 발표하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앞으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간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은 꾸준히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물가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것.
다만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은 커졌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시장금리 대부분이 상승하기 때문에 가계, 기업 모두 내야 할 이자가 늘어나게 된다. 먼저 가계 부문을 살펴보면 한은은 지난달 기준으로 금리가 1.0%p 오르면 연간 가계 이자 부담이 13조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전체 이자 부담은 16조3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차주 1인당 이자 부담도 80만원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도 늘어나는 대출과 이자로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많다. 특히 최근 증가세가 감소한 가계대출과 달리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운영자금이 필요해진 기업들이 대출을 이끌어가면서 기업대출의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96조6700억원으로 지난해 1월 말(427조1900억원)보다 16%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p 올라갈 때마다 기업 부담은 2조7000억원 가량 늘어난다고 추산했다. 코로나19 이후 기준금리가 1.25%p 올라갔으니 단순 계산만 하더라도 15조3000억원 이상이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
연내 추가적인 금리인상도 강하게 시사하면서 이같은 기업·가계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같은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2.25~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장의 예측에 대해 “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이 총재는 “높아진 물가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는 것이 목표지만 그 부분도 걱정”이라며 “정부의 다른 여러 정책 방안과 공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기준금리가 0.25%p 오를 때마다 가계 부담이 3조, 기업 부담은 2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위험엔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