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송영길 후보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으로 제주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주도민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항변했지만, 한번 흔들린 제주 민심의 향배는 예측할 수 없다.
선거를 이틀여 앞둔 가운데 펼쳐진 김포공항 공방전으로 민주당이 우세하던 제주 선거가 예측할 수 없는 ‘그늘막 선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다수의 제주도민은 당초 민주당을 뽑을 생각이었지만, 투표 당일 다른 표를 행사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이들도 다수였고, 민주당 지지자 중 일부도 표심에 따라 실질적인 변화가 예상되면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제주토박이인 60대 제주도민은 30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제주서 서울로 가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 김포공항을 이전한다는 얘기만으로도 제주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오늘도 지역 사람들과 얘기 나눠봤는데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이기더라도 도의원이나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힘 후보가 앞설 것 같다고 한결같이 말했다”고 말했다.
제주에 정착한 지 10년이 넘은 50대 제주도민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김포공항이 없어진다면 제주도민 모두가 당연히 싫어할 것”이라며 “김포공항으로 가면 바로 옆이 서울인데 아무리 공항철도가 빨라지더라도 인천공항으로 가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영훈 의원의 지지세가 워낙 세서 압승이 예상됐는데 김포공항 논란으로 변수가 생길 것도 같다”고 말했다.
특히 관광업에 종사하는 제주도민의 마음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임을 밝힌 한 승마관광업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김포공항이 없어진다고 제주 관광을 안 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불편하고 걱정이 된다”며 “민주당 내에서도 정리도 되지 않은 이야기를 왜 굳이 꺼내 불편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어 그는 “투표장에 아예 가지 않을까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제주도민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른 지역에서 제주에 있는 한 대학에 진학한 한 20대 남성 청년은 “소통한다면서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에 실망해 지난 대선부터 국민의힘 쪽으로 마음이 돌아섰다. 김포공항 이전 공약 발표로 역시나 더 실망감을 주고 있다”며 “김포공항 문제를 모르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소식을 전하면서 국힘을 뽑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