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중 5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선을 확정지었다. 민주당이 개표 마감 직전 경기지사에서 김동연 당선자를 내며 그나마 체면을 세운 가운데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지현 책임론’이 거세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하며 압승을 거뒀다. 민주당은 최대 격전지로 꼽힌 경기도와 호남, 제주 등 5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실망스러운 성적표에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지현 책임론’이 거론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 등 쇄신안을 거론해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갈등이 불거지는 등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정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날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비대위 전원 사퇴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에 더 큰 개혁과 회초리를 들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하다. 최선을 다해주신 2974분 후보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선·지방선거 평가와 정기 전당대회 준비할 새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 중앙위를 거쳐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일부 강성 지지층은 박 위원장의 영구 제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박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비대위가) 사퇴할 때 하더라도 박지현씨는 사과하고 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지방선거 코앞에서 헛짓거리 한 것을 해당 행위로 중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도 박 위원장을 향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나는 꼼수다’ 출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SNS에 “(박 위원장이) 제멋대로 사과하고 기자회견해 선거 목전 당이 위기에 처하자 윤호중 위원장이 격분했다. 그런데 박지현은 뻔뻔스럽게 고개를 들고 이 말을 했다.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 놓으셨냐?’”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에서의 자신의 쓰임새는 당연히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었다. 남성 정치인 사냥이나 하라고 불러온 게 아니다”라며 “소수인 당선자 중에 박지현 덕 본 사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부분 간발의 차이로 이겼다. 박지현이 안 갔다면 선거가 더 수월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씨는 이날 개표 결과가 나온 이후 SNS에 “청년 계층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겠다며 청년을 지도부로 내세우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며 박 위원장을 겨냥한 듯한 취지의 글을 남겼다. 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에서 2030 여성 표를 의식한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러브콜로 정치에 뛰어든 청년 정치인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월14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쇄신과 변화에 발맞춰 여성과 청년에게 공천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박지현을_지키자’ 해시태그로 주목받았던 트위터에 한 누리꾼(uio***)은 박 위원장의 사퇴 사실을 전하면서 “20대는 이용만 당했다. 이제 (민주당에) 돌아서겠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lev***)도 “박지현이 선거를 망칠만큼 영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lee***)은 “이재명은 개인기, 김동연은 능력으로 선거에서 이긴 것 같다. 박지현도 충분히 능력을 발휘했다고 본다”며 “남 탓 그만하고 다시 도전하면 민주당은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박 위원은 선거 참패 후 SNS에 “민주당이 많이 부족했다. 국민 여러분의 두번째 심판, 겸허히 수용한다”며 “새로운 민주당으로 더 젊은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