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대역전승' 김동연, ‘혼자 산’ 이재명 대안 야권 잠룡으로 단박에 급부상

'막판 대역전승' 김동연, ‘혼자 산’ 이재명 대안 야권 잠룡으로 단박에 급부상

고민정 “이재명 비판 자제 후회… 김동연, 인물 승리”
이재명 “많이 부족했다… 국민 신뢰 회복할 것” 8월 전당대회 출마 시사
친문 “이재명의 사욕정치로 참패… 한 발 물러나야”
친명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살아와도 결과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 

기사승인 2022-06-03 12:03:01
승리선언 후 지지자들에게 하트를 날려보내는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박효상 기자 

6·1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피 말리는 밤샘 접전 끝에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막판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전패 위기의 당과 이재명 의원을 구해내면서 단숨에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의원에 비해 김동연 지사는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능력을 내세워 인물론을 강조해 최대 승부처에서 승리를 가져오면서 당내 대권 가도에도 상당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재 이재명 의원이 독주 중인 차기 민주당 대권 경쟁에서 유력한 대항마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이 의원도 대권 주자로서 체급을 키운 곳이 경기지사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가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에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합동 유세를 하고 있다.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김 지사는 수도권 가운데 유일한 민주당 광역지자체장으로 당선되면서 실의에 빠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민주당 대선주자로 발돋움할 수 입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당선 직후인 지난 2일 김 지사는 CBS라디오에서 “(제가) 민주당의 향후 변화와 개혁에 대한 씨앗이 됐으면 하는 (유권자들의) 기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당내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해석이 나올 조짐에 대해 “민주당이 성찰이 부족했다. 그것이 대선의 패인 중 하나다. 만약 그 생각을 한다면 더 깊은 나락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당의 수습 방향에 대해서 김 지사는 “개혁과 변화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섣불리 이야기하다 보면 갈등 요인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당내에 많은 분이 개혁과 쇄신에 대해 생각을 같이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료 출신인 김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물결’을 창당해 독자 출마했지만 선거 막판 이 의원과 단일화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이재명 민주당 의원에 대한 비판에 대해 “그런 모습들이 내부에서는 치열하게 하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과연 당에게 옳은 것일까라는 판단 때문에 자제해왔는데 그게 조금 후회스럽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더 큰 곳에서 쓰였어야 할 칼을 더 작은 곳에서 씀으로 인해 모두에게 안 좋은 국면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에 대해 고 의원은 “인물의 승리인 것이지 민주당의 승리는 결코 아니다. 김 당선인도 그렇지만 서울 구청장 후보들도 오히려 민주당 몫이 발목을 많이 잡았고 개인들의 인물론으로 돌파한 후보들이 그나마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새로운 인물이 민주당에서 탄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굉장히 감사할 일이고 소중한 자산을 저희가 함꼐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되자 인천시 계양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인천 계양을에서 단선이 된 이재명 의원도 같은 날 6·1 지방선거 참패 성적표에 대해 “어쨌든 전체 선거가 예상됐던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들의 이 따가운 질책과 이 엄중한 경고를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의 말씀을 드린다. 많이 부족했다. 좀 더 혁신하고 또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을 발판으로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6·1지방선거에 참패로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한 가운데 민주당 내 분위기는 이번 선거 책임론을 두고 “이재명의 사욕정치로 참패했다”는 친문 진영과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와도 같은 결과”라는 친이재명 측과의 충돌이 본격화 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3·9대선 패배 당사자가 두 달 만에 무리하게 재등판해 당의 2연패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반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오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하셨다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친이재명 의원들 간 계파 갈등이 심화할 조짐이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비꼬았다. 또 같은 날 오전에도 이 의원 이름을 언급하며 “본인의 정치 고향인 분당갑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짐에도 이른바 ‘안전한 지역’을 찾아 계양을을 선택했다. (그에게) 열린 선택을 강조했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였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비상대책위원이었던 조응천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오히려 비대위 전체가 다 모여서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지원 유세를 하는 그런 형국까지 몰렸지 않나”라며 “참 모양이 안 좋게 됐다. 어쨌든 상처뿐인 영광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고 공세에 가세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의원 측근 그룹인 7인회 멤버 문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패배가 이재명 책임이라고? 그만들 좀 하시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오셔서 총괄선대위원장을 하셨다 한들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페이스북에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되새기는 기회였다.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이 의원은 이날 캠프 해단식에서 당권 도전과 지방선거 패배 원인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러한 친문-친명의 신경전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고 국회로 돌아온 전해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조기 차단하려는 의견을 밝혔다.

친문인 신동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숱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송영길과 이재명을 ‘품앗이’ 공천하고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2’, ‘이재명 살리기’ 프레임으로 만들었다”며 전해철 의원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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