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이에나’ 이준석-정진석 충돌… 당 주도권 두고 ‘2차 공개 충돌’

지난해 ‘하이에나’ 이준석-정진석 충돌… 당 주도권 두고 ‘2차 공개 충돌’

정진석 “자기정치라면 보통 문제 아냐” 이준석 우크라行 직격
권성동 “외교·안보·국방 관련 사안 긴밀한 당정협의 필요” 이 대표 저격
이준석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 YS “개가 짖어도 기차는..” 어록 순화
“러 역성드나… 다들 자중하시라” 일침

기사승인 2022-06-07 12:03:0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이준석(오른쪽부터)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친윤 그룹인 정진석 부의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사실상 공개 충돌 양상을 빚으면서 당 주도권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과 관련해 “자기정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정부와 청와대의 외교 안보 핵심 관계자들은 대부분 난색이었다고 한다. 보름 전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행을 고집해 하는 수 없이 외교부가 우크라이나 여당 대표의 초청장을 받아준 모양”이라며 “정부가 내심 탐탁지 않아 하는 외교 분야 일이라면 적어도 여당 정치인은 그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지방선거,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유권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 출발을 위해 우리 당 후보들을 선택했다”며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되는 여당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차분하게 당의 현재와 미래를 토론하는 연찬회부터 개최하는 게 순서”라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그룹으로, 차기 당권주자로도 거론된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본관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의 설전에 대해 “우리 정당 구성원 누구나 당대표나 원내대표의 방침 이런 것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외교나 안보·국방 관련된 사안에 대해 긴밀한 당정협의가 필요하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소속 의원들로 꾸려진 대표단이 지난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했다. 사진은 올렉시 쿨레바 키이우 주지사가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국회 대표단이 키이우를 공식 방문했다”며 올린 것.   올렉시 쿨레바 우크라이나 키이우 주지사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정 부의장이 글을 올린 지 3시간 만에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기차는 갑니다”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현지시간 기준 6일 새벽 6시 무렵이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에서 일정을 비공개로 할 만큼 신변노출 위험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SNS 활동을 한 건 자신을 공개 비판한 정진석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대표의 짧은 글은 1993년 문민정부 출범 후 하나회 청산과정에서 군부가 반발하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했던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란 말에서 앞의 일부 문구만 생략해 순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앞서 올인 페북 글의 논란을 의식한 듯 한 시간 만에 다시 “국회부의장님과 함께 저도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응원한다”며 지난 4월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안드레이 니꼴라엔꼬가 방한 당시 정 부의장과 함께 찍었던 사진을 올렸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에서 저희 일정 내내 '안드레이 니꼴라엔꼬' 국회의원이 함께해주고 계신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당 차원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꾸준히 노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에 계신 분들이 러시아 역성드는 발언들을 많이 하고 있어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둘러싸고 연일 당내에서 제기되는 불만에 대해 반발했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는 제가 와 있는데 한국에 계신 분들이 대한민국 정부 입장과 다른 이야기를 해 그분들이 외교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며 “저는 대한민국 외교부와 정부 입장을 숙지하고 그 범주 내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러시아 역성드는 이야기만 나오니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우리의 유일한 동맹 미국의 입장도 러시아 역성들자는 것보다는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해 메시지를 내는 것일 것이다. 다들 자중하라”고 감정을 드러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지난해 8월 윤석열 대통령 당시 윤석열 후보 입당 직후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지난해 9월 “파리떼에 둘러싸여 5개월 동안 헤맨 것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현주소”라고 말했었다.

당시 이 대표는 유력 후보의 곁에서 덕을 보려 하는 인사들을 가리켜 ‘하이에나’, ‘거간꾼’이라고 표현했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를 ‘파리떼’, ‘자리 사냥꾼’이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금 캠프에서 자리싸움을 위해 한마디씩 할 타이밍인데 못 치고 나와 마음고생 하는 분들이 많다”며 “하이에나, 거간꾼, 파리떼에 대한 김 전 위원장과 저의 언급은 후보에게 상당히 힘을 실어주는 행위”라고 설명했었다. 

지난해 이 시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에 초반부터 권성동·정진석·장제원 의원 등 과거 친이(친이명박)계가 중심을 이뤘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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