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화된 대학가치는 무엇인가?

[칼럼] 진화된 대학가치는 무엇인가?

기사승인 2022-06-07 15:06:11
조재영 전북대 교수

근대 대학의 효시는 1810년도에 창립된 독일의 베를린대학이다. 이 대학의 창립자인 빌헬름 폰 흄볼트는 “대학이 자유로운 인문교양교육과 실용적인 직업교육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낼 때 대학 본연의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였다. 베를린 대학교의 운영 3원칙은 연구와 교육의 일치, 학생의 학습의 자유와 교수의 교육의 자유, 그리고 순수 학문의 진흥이다.

대학은 출범 이후부터 그 기능과 역할 그리고 가치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완만하게 진화의 과정을 거쳐 왔다. 이러한 진화의 과정에서도 학문 연구와 인재 양성이라는 대학의 가장 핵심적 역할과 가치는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해 온 우리나라 대학들은 그럭저럭 불편함 없이 1990년대 후반까지도 선진국의 지식을 재가공하여 학생들에게 전수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대학들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가 속한 대학이 공룡과 같이 멸종의 길을 걸을 것인지, 도마뱀처럼 적응할지, 아니면 더 기괴한 괴물로 진화할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대학을 공룡에 비유하고, 누군가는 상아탑을 현실도피적인 대학 교수 그들만의 리그로 폄훼하기도 하고……. 다 차치하고 지금 우리가 속한 대학은 대전환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2011년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개념을 진화된 대학가치로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있었다. 다시 말해, 대학 고유의 지식가치를 근본으로 하면서 사회·문화·경제적가치도 동시에 창출해 낼 수 있는 피보팅(Pivoting)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특정 영역의 가치창출 행위가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면서 연결에서 더 나아가 초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최근 포스텍(POSTECH)에서 최고 가치창출대학으로의 전환을 위해 전통적으로 대학의 2개 축을 이루는 교육과 연구에 제3의 축으로서 ‘사회·경제적 가치창출’을 추가하는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교육에 의한 인재가치, 연구에 의한 지식가치를 대학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로 극대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로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창출된 사회·경제적 가치의 일부가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교육과 연구의 활성화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한 개념이 전통적인 대학가치에서 미래 대학가치로의 진화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대학가치를 창출하려면 무엇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새로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인문사회학까지 포함하는 폭넓은 교육으로 전체 인류사회의 크고 복잡한 문제에 도전하며 실패해도 긍정적인 자세를 잃지 않고 다시 딛고 일어서는 인재, 우리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드는 배려심을 지닌 인재를 양성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기초연구와 도전적 연구를 함께 진행하면서 이를 응용할 수 있는 인재를 교육해야 하고, 대학이 창출한 지식(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거나 창업으로 연계할 수 있는 인재도 양성해야 한다. 새로운 대학가치를 만들 수 있는 인재 공급에서 멈추지 않고 지식가치를 적극적으로 사업화하여 새로운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축적해야 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인재가치와 지식가치를 사회·경제적 가치창출의 원동력으로 발전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체제로 전환 △다른 대학과는 차별화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연구분야 선택 및 집중육성 △대학과 기업의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산학협력의 고도화 △연구성과를 수월하게 확산할 수 있는 창업생태계 구축 △지역사회와 대학이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협력시스템 구축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향하는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 확보 등의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글/ 조재영 전북대학교 교수
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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