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최고참 중진 정진석 의원이 “공천혁신을 한다면서 측근인 정미경 최고위원을 분당을에 배치하는 것은 혁신도 정도(正道)도 아니고 공정과 상식에도 어긋난다”며 이준석 대표를 직격했다.
정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도부 측근에게 ‘당협 쇼핑’을 허락하면서 공천 혁신 운운은 이율배반적이지 않으냐”라고 이 대표를 비판한 데 이어 ‘당협 쇼핑’의 구체적인 사례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작심 발언에 나섰다.
정 의원은 “저는 작년 4·7 보궐선거 공관위원장, 6·1 지방선거 공관위원장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공천에 대해 한마디 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 본인 편이라고 ‘페이버’를 주면 공천의 리더십이 서겠나. ‘납득할 수 있는 공천’이 공천 혁명의 요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 최고위원은 출중한 정치 역량을 갖춘 분으로, 본인 지역구인 수원에 나가서 정정당당하게 평가받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당 혁신을 대표 혼자만의 구상으로 밀고 나가지 말고 전체 당원과 국민의 총의를 수렴하는 연찬회나 연석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그것이 지방선거 승리로 나타난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원하는 민의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당의 최고참으로서 그저 필요할 때 필요한 의견을 이야기할 뿐”이라며 “이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발상 자체를 해본 적도 없고, 내 향후 거취를 위해 촌평을 캠페인으로 이용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정미경 최고위원을 둘러싼 논란은 국민의힘이 지난 4월 공석이 된 전국 28개 조직위원장직을 공모하며 시작됐다.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는 이 중 16명 정도를 조직위원장 후보자로 추렸고, 최고위원회의로 넘어간 이 명단에는 정 최고위원도 포함됐다.
문제는 정 최고위원이 조직위원장 인선을 결정하는 지도부의 일원이고, 새로 가게 될 자리가 경기 성남 분당을이었다는 점이다. 분당은 서울의 강남 3구 못지않게 여권에 유리한 지역이다.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도 안철수 의원이 여유 있게 당선됐다.
게다가 정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지역구를 옮긴 전력이 있다. 처음 금배지를 단 18대 국회 때 수원 권선(수원을)에서 당선된 그는 이후 수원에서도 수원무를 거쳐 수원을로 옮겨 출마한 경험이 있다. 그러다 지난 총선 낙선 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서울 서초갑 공천 신청을 했다가 낙천했고, 이번에 분당을로 옮기게 된 것이다. 조강특위는 이 같은 논란을 예상한 듯 정 최고위원을 내정하기 전 별도의 무기명 투표까지 했다고 한다.
당내에선 정 최고위원의 분당을 조직위원장 내정을 이준석 대표와 연관짓기도 한다. 대선 국면을 거치며 이 대표가 정치적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정 최고위원이 이 대표에게 우군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되자 정 최고위원은 각종 인터뷰를 통해 “설사 그런(성 상납) 일이 있다고 해도 공소시효가 다 지났다. 공소시효 지난 걸 알고 고소·고발을 하는 건 무고죄에 해당한다”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그런 정 최고위원에게 ‘준석맘’란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은 7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협 쇼핑? 절차 따랐을 뿐”이라며 “왜 이러는지 오히려 정진석 의원 에게 묻고 싶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지금 지도부 최고위원들 중 지역구가 없는 유일한 사람이다. 2년 후에 국회로 가고 싶은데 지역구가 필요한 거잖나. 이미 조직위원장 당협위원장이 있는 곳에는 들어갈 수가 없지 않나. 그러니 공석이 된 지역에 당에서 공모가 뜨면 거기 지원하고 심사받을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지난번에 당에서 공석이 된 지역에 서초가 나왔고 당협위원장 공모가 났었는데 그때 지원 했다. 그런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하고 면접하고 했는데 떨어졌다. 불합격했. 그래서 또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에도 또 몇 개 지역에서 공모가 났다. 그 중 분당을 지역에 또 이번에 지원을 했다. 또 조직강화특별위원회에서 또 심사하고 또 면접보고 다해. 이번에는 합격을 한 것이ㄷ다. 그런데 이걸 갖고 왜 무슨 뭐 이렇게 얘기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중앙당에서 임명한 조직위원장은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설치된 당협위원회의 공식 선출을 거쳐 당협위원장이 된다. 과거 지구당위원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당협위원장은 해당 지역의 기초단체장·지방의원 공천권을 행사한다. 뿐만 아니라,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회 입성의 교두보로 여겨진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