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연금으로 눈 돌린 청년층, 이유는

사적연금으로 눈 돌린 청년층, 이유는

20대 개인연금 가입 증가율 70%
국민연금 기금 고갈 걱정 한 몫
“연금개혁 논의 시급… 청년 노후 보장할 수 있어야”

기사승인 2022-06-09 13:55:20
국민연금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김유진(가명‧29)씨는 최근 사적연금 상품에 가입했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돼 청년들은 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돈을 내기만 하고 정작 은퇴하고 나서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억울함이 든 김씨는 대체제가 될 수 있는 사적연금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청년들의 사적연금 가입 증가율이 최근 눈에 띄게 늘어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금저축상품 등 사적연금 가입자는 전년도 대비 16.7%가 증가했다. 이중 20대 연금저축상품 가입 증가율은 2020년 16.8%(36만7000명)에서 2021년 70.0%(62만3000명)로 급증했다. 30대도 같은 기간 2.3%(102만3000명)에서 21.9%(124만7000명)로 대폭 늘었다.

2000년대생을 겨냥한 개인연금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자산운용사들은 2060년을 퇴직 목표연도로 한 타깃데이트펀드(TDF)를 앞다퉈 출시했다. TDF는 가입자의 은퇴 시점에 맞춰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하는 자산배분 펀드다.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식이다.

이른바 MZ세대 ‘연금 개미’가 빠르게 늘어난 결과다. MZ세대가 주로 가입하는 ‘TDF2045’는 은퇴 시점을 2045년으로 설정한 상품으로, 지난달 기준 설정액이 1조3545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신한자산운용의 ‘신한마음편한TDF2045’ 상품 현금 유입 비중을 살펴보면 지난해 11.40% 정도를 차지했으나 지난 4월 기준 19.84%까지 늘었다. ‘TDF2050’ 상품도 지난해 8.10%를 기록했으나 현재 14.94%까지 비중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연금 상품을 찾는 젊은 층의 수요가 꾸준히 느는 추세다.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 상품 가입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연금만으로는 안정적인 노후 설계가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2055년 고갈되고, 1990년생 이후 출생자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청년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인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가 유지되면 1990년생 이후 출생자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분석 결과를 내놨다.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2039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적립금은 2055년에 바닥날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을 인용해, 2055년부터 수급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는 받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을 내놨다.

다만 국민연금이 고갈되더라도 미래세대가 연금을 받지 못하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연금 지급은 국가의 생존이 달린 문제로 기금소진의 가장 큰 이유인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더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측도 “기금고갈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공감하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이기 때문에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공적연금 제도를 당장 손보지 않는다면 미래세대의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2007년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깎은 뒤 현행 연금제도는 15년째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 사이 정부가 부담할 돈은 늘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4대 연금에 국가 부담금은 8조7106억원에 달한다. 2025년에는 10조4381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연금 개혁’이 윤석열 정부에게 주어진 큰 숙제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속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직 구체적 윤곽을 갖춘 개혁안은 나오지 않았다. 우선 대통령 직속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임기 내에 연금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1990년생은 국민연금을 내기만 하고 못 받는다는 말을 들은 청년들이 ‘정말 그럴 수도 있나’ 불안해하면서 사적연금에 가입한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청년과 미래세대의 노후를 국민연금이 보장할 수 있게 만드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모두 점진적으로 인상해 연금제도가 더 강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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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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