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무서운 속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제로’ 수준이었던 금리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1.75%까지 상승했습니다. 연말까지 금리가 최고 2.75~3.0%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금리인상이 빨라지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통상 금리인상은 집값 하락의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자율이 높아지니 집을 사기 어려워지고 시장에 매물이 쌓이면서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역대 금리인상기에 집값은 정말 하락했을까요? 이번 [알경]에서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 시장 변화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과거 금리인상기, 집값 오히려 올랐다
2000년대 이후 2차례의 금리인상기가 있었습니다. 1차 인상기인 2005년10월~2008년8월과 2차 인상기인 2010년6월~2012년6월입니다. 1차 인상기에는 8차례에 걸쳐 2%p, 2차 인상기에는 5차례에 걸쳐 1.25%p가 올랐습니다. 평균 기준금리는 각각 4.5%, 2.9%였습니다.
집값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부동산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차 금리 인상기에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21.0%, 2차 때는 12.0%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공급 상황, 규제 등도 부동산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리가 집값을 절대적으로 하락시키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현재는 어떨까요. 일단 전국 주택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리인상 국면에서 주택을 사려는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폭 하락된 것인데요. 23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6월 셋째주 전국 아파트 매맷값은 전주 대비 0.03% 하락했습니다.
다만 하락현상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주택 공급 확대, 대출규제 완화라는 기조를 가진 현 정부 아래서 집값은 계속해서 상승한다는 것이죠. 일부 지역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현상이 나타나도 전체적인 폭락이나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업계에서 평가했습니다.
문제는 가계부채야
금리인상은 대출비율이 높은 부동산 매수자에게 금융비용 부담을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경고등이 켜집니다. 한은이 금리인상을 결정하자 4대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일제히 올랐습니다. 이미 연 7%에 들어선 가운데 연말이면 8%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국내 가계자산의 상당수는 부동산에 집중돼있습니다. 1분기 말 기준 우리 가계부채는 1859조원에 달합니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8조1000억원 증가한 989조8000억원입니다. 빚을 안고 있는 가계가 급증한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면 우리경제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은은 22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부채상환부담이 늘면 소비성향이 하락하고 더군다나 주택보유 차주는 소득감소나 금리 상승 등 거시경제 충격시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DSR이 높은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거나 자산 매도 등을 통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대출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에선 취약계층의 이자부담을 완화해야한다는 목소리를 거듭 내고 있습니다. 과도한 이자장사를 멈춰야한다는 취지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통해 “금리 상승 시기에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은 덜어질 수 있을까요.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