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환자단체가 환자의 생명권을 침해한다며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사전승인제도의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국민권익위원회에 aHUS 사전승인제도 개선을 위한 민원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9일 전했다. aHUS은 혈전과 염증이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손상을 입히는 중증 희귀질환으로, 환자의 약 79%가 발병 후 3년 내 사망하거나 투석이 필요하다. 신장, 심장, 뇌 등 주요 기관이 손상되거나 급성신부전, 심부전, 뇌졸중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급성일 경우 빠르면 2일 안에 몸속 장기, 특히 신장 벽이 찢질 수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aHUS 환자는 진정서를 통해 “aHUS는 48시간 이내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신장 기능 상실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질환이다”라며 “국내 사전승인제도는 질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14일(366시간)의 심의 기간을 요구하고 있어 국가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환자들의 권익을 오히려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선 고가의 희귀 질환 치료제를 투여하기 전 환자 상태가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통해 치료받기 적합한지에 대해 심의하는 사전승인제도가 시행 중이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급성으로 진행되는 일부 희귀 질환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aHUS를 진단받았지만, 사전승인제도를 통과하지 못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성인 환자는 총 39명이다. 그 중 82% 환자는 말기 신부전증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소아 환자군(25명)에서는 20%가 5년 내 사망했으나 치료제를 투여한 환자 중에는 사망 환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연합회 관계자는 “해외 국가들은 해당 질환의 특성을 반영해 사전승인제도에서 제외하거나 심의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며 “심의 서류 제출 이후 약제를 투여할 경우 환자가 지출한 치료비를 사후에 환급해주는 제도를 통해 환자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해당 질환에 대한 승인률은 10% 이하로 매우 낮기 때문에 3000만원 이상의 비용을 환자가 먼저 부담하고 환급 가능성을 초조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민원 신청서를 통해 △사전승인 대상에서 에쿨리주맙(제품명 솔리리스주)을 제외할 것 △aHUS를 대상으로 치료제를 투여할 경우 일반 심사 대상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권익위에 대해 환자 생존권을 침해하는 현 제도를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 권익을 위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할 것을 촉구했다.
aHUS으로 치료 중인 A씨는 “aHUS 환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촉각을 다투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치료제를 쓰면 살 수 있는데 정부는 질환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 심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환자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환자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꼭 들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