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일정 당시 텅 빈 모니터와 백지를 보며 업무 중인 사진이 공개되면서 ‘설정샷’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이 “보안 등의 이유”라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사진은 3일 나왔다. 대통령실은 3일 윤 대통령의 스페인 방문 당시를 촬영한 사진 12장을 추가로 공개했다. 정상회의의 뒷모습이 담긴 비하인드 사진들이 주를 이뤘다.
이 사진 중에는 윤 대통령이 책상 위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며 마우스에 손을 얹은 채 업무를 보는 모습, 윤 대통령이 소파에 앉아 종이 뭉치를 손에 들고 검토하는 모습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사진 속 컴퓨터 화면이 아무것도 뜨지 않은 상태인데다 햇빛에 미친 종이 뒷부분엔 어떤 내용도 들어있지 않아 일각에선 설정샷을 의심하는 눈초리가 나왔다. 야권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촬영하기 위해 포즈만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야권 지지 성향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4일 SNS를 통해 윤 대통령이 보고 있는 문서가 백지임을 지적하며 “수행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안티” “참 특이한 대통령”이라고 비꼬았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도 “쇼 하나도 똑바로 못하고 있다. 모니터에 영자 신문이라도 띄워 놓고 쇼를 하라”고 비난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오늘 배포한 순방 사진 가운데 윤 대통령이 컴퓨터 모니터 앞에 있는 사진 속 모니터 화면은 현지에서 대통령이 국무회의 안건을 결재한 직후 화면이 사라진 상태인 것”이라며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대통령 사진을 공개할 때는 대통령이 보는 모니터나 서류 등 무엇이 됐든 거기 들어간 내용은 가능한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보안이나 여러 이유로 그런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이어 “모니터도 어떨 때는 빈 모니터를 잡기도 하고 종이도 가능한 글씨가 덜 적힌 것을 내지, 공개해도 되는 것을 공개한다. 사진이나 자료가 벽에 걸려 있으면 블러(흐림) 처리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사실 주의를 기울여서 사진을 내보내는 건데 그런 것을 갖고 쇼를 했다든지 그런 식으로 왜곡하는 건 상당히 안타깝다”며 “저희는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해명에도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해명이 어설프다” “저런 사진은 (논란을 예상해) 아예 내보내지 말았어야 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변 고문은 SNS를 통해 대통령실의 해명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면서 “보안 때문에 일부러, 텅 빈 모니터 화면 쳐다보고 있고 텅 빈 종이 들고 기획 연출해 사진을 찍어 공개한다고 자백한 셈”이라며 “누가 이런 연출된 사진을 보여달라 요구했나”라고 비판했다.
황씨도 “윤석열(대통령)이 응시하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는 빈 화면. 우리가 이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윤석열은 카메라 앞에서 일하는 척 연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