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가족의 잇단 죽음…“24시간 돌봄체계 절실”

발달장애인 가족의 잇단 죽음…“24시간 돌봄체계 절실”

연이은 발달장애인 관련 참극 벌어져
발달장애인 가족, 24시간 돌봄체계 호소

기사승인 2022-07-06 06:00:07
삼각지역 분향소 단상 위에 ‘발달장애인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의 얼굴 없는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윤상호 기자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다”


한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말이다. 발달장애인 돌봄 부재로 인해 발달장애인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폭력을 가하는 등 참극이 이어지면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전남 여수시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60대 여성이 30대 조카의 폭행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일주일 뒤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살 아들을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같은 날 인천 연수구에서는 60대 여성이 중증장애가 있는 30대 자녀를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 미수에 그친 사건까지 벌어졌다.

5일 삼각지역 지하 1층에서는 ‘고인이 되신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추모 미사’가 열렸다. 삼각지역 벽면에는 얼굴 없는 빈 영정사진만이 놓여있었다. 이 영정사진은 모두 발달장애인 관련 사건·사고로 인해 사망한 이들이다.

미사에 참석한 이들은 강론을 진행한 박상훈 신부의 말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덥고 습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자들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 미사가 진행됐다. 이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발달장애인 가족이 겪는 고충과 고통에 대해서 호소했다.

미사 참석자들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은 “어느 누구의 아들도 아닌 내 아들이 (발달장애인이) 될 수 있다”며 “그렇기에 현실을 바꿔보려고 추모 미사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한 발달장애인 부모도 “너무나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달장애인 자녀를 두고 있는 가족은 평온한 상황에서도 매 순간순간 고비를 넘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관계자들은 현 정부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강력히 질타했다. 김숙향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도봉지회장은 “현 정부에 호소하고 싶은 것은 발달장애인 문제가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사회적 복지 개선이 필요하다. 발달장애 24시간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소리 높였다.

조미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자문위원은 “부모들의 삶은 자녀 출생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며 “장애 자녀를 양육하면서 이전 삶을 포기하고 자녀에게 매달렸다. 직장을 그만두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힘에 부쳤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과 관련된 사고는 매번 되풀이되고 있지만 해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해결책으로 ‘자립활동’이 제시됐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작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4명 중 1명(28.0%)만이 고용됐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전체 발달 장애인 26만여명 중 6만5000여명만 자립활동을 하는 셈이다.

5일 삼각지역 분향소에서 고인이 된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추모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윤상호 기자 

국회에서 발달장애인 지원 노력 이어지지만 부족


국회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발달장애인 법안이 통과돼 발달장애인의 지원에 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으나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요구하는 24시간 돌봄 체계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적 참사를 두고 ‘사회적 재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발달장애 지원 정책에 대한 점검과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의 비극적 참사는 국가와 사회가 떠넘긴 돌봄의 무게에서 발생한 명백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국회 내 발달장애 참사 대책 특위를 구성해 정부의 발달장애 지원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 24시간 돌봄체계 시범 기간 3년

정부는 24시간 돌봄체계 시범 기간을 3년으로 두고 최중증 장애인에 대한 정의를 연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영운 보건복지부 사무관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24시간 돌봄체계 시범사업 기간을 3년으로 두고 예산을 투입해 모형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또 최근 발의한 법안을 근거로 돌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애인의) 개별적 장애 특성이 달라 최중증이 어떻게 되는지 아직 합의가 안 됐다”며 “중증 규모를 연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대상에 따라 최대 24시간까지 발달장애인을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호, 임현범 기자 sangho@kukinews.com

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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