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집’ 작가 “호불호, 파트2로 해소될 것” [쿠키인터뷰]

‘종이의 집’ 작가 “호불호, 파트2로 해소될 것”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2-07-06 16:17:55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대본을 집필한 류용재 작가. 넷플릭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쉽지 않다. 원작에 기대기엔 비교 대상이 될 게 자명하고, 밑져야 본전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류용재 작가는 넷플릭스 ‘종이의 집’ 한국판 제작이 확정됐을 때 이런 생각부터 들었단다. “좋아하는 작품을 K드라마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니!” 원작을 재밌게 봤던 만큼 ‘종이의 집’ 리메이크는 설렘과 기대였다. 그의 손에서 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탄생했다. 

지난 1일 류 작가와 화상으로 만났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작품에 대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 1은 영어권 국가 2위, 비영어권 국가 1위 등 높은 시청 순위를 기록했다(플릭스 패트롤 기준). 성적 이야기가 나오자 류 작가는 “K콘텐츠의 흥행이 당연해진 분위기가 가장 부담이었다”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원작이 신선해서 좋았어요. 등장인물이 많은데도 모두가 개성을 갖고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게 좋았어요. 작가로서 연구해보고 싶었죠. 마침 리메이크 프로젝트에 저와 김홍선 감독님이 섭외돼 운명이라 생각했어요. 리메이크하면서도 원작의 빠른 속도감과 리듬감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남북한 배경도 알맞겠다 싶었죠. 성공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건 부담되지 않았어요. 한국판으로 ‘종이의 집’을 선보일 수 있어 기뻤어요. 제작 중에 ‘오징어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K콘텐츠가 나오기만 하면 전 세계 1위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조금 부담됐어요. 재미와 두려움, 부담이 혼재된 작업이었어요.”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류 작가가 리메이크에서 가장 신경 쓴 건 필연성과 타당성이었다. ‘그럴 만한 이야기’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원작을 보완하는 게 아닌, 캐릭터에 설정을 추가해 설득력을 얻으려 했다. 그렇게 도쿄(전종서) 캐릭터에 살이 붙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남과 북의 오묘한 관계를 넣으며 변화를 꾀한 것처럼, 도쿄에게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하했다가 현실의 벽에 부딪혀 은행강도가 되는 새로운 설정이 더해졌다.

공개 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두고 호불호가 갈렸다. 원작을 너무 답습했다는 지적과 1회에서 주인공 도쿄(전종서)가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나오는 설정이 어색하단 반발이 나왔다. “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만큼 혹평은 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을 잇던 류 작가는 “그런 이야기조차 관심이라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당연한 반응이에요. 유명한 원작에 남북한을 끌어오며 정치 이슈가 더해지니 호불호가 생길 수밖에요. 파트 1, 2가 한꺼번에 공개됐다면 저희가 하려던 이야기가 더욱더 선명히 전달되고 원작과 차별성도 살았을 것 같아요. 하지만 간격을 두고 파트 1과 2로 나눠 시청자와 만나는 게 낫겠다는 넷플릭스의 판단이 있었죠. 캐릭터의 설정 변화와 발전된 서사는 파트 2에 대부분 담겼어요.”

교수(유지태)와 우진(김윤진), 덴버(김지훈)와 미선(이주빈)의 로맨스에도 큰 공을 들였다. 이들의 멜로가 극 전개의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데 주력했다. 교수는 강도단의 두목으로서 경찰인 우진을 이용하다 사랑을 느끼고 고뇌한다. 우진은 그를 의심하면서도 사랑에 빠져든다. 강도와 인질로 만난 덴버와 미선은 뜨겁고 순수한 애정에 휩싸인다. 류 작가는 이들의 감정선을 이어가면서도 캐릭터가 훼손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우진이 무능한 경감으로 비치지 않길 바랐어요. 파트 1에서는 교수의 계획이 완벽해 보여도, 파트 2부터는 그게 무너지기 시작하거든요. 우진이의 전문적인 면모도 더욱더 빛을 발할 거예요.”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류 작가는 극 중 인물들에게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에게 ‘최애’가 누구냐고 묻자 곧장 도쿄라는 답이 돌아왔다. 류 작가는 “도쿄는 한국판에서 남북한 세계관을 납득시켜야 하는 책임을 짊어졌다. 자유분방한 모습보다 진중한 면을 부각한 도쿄를 전종서가 잘 소화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장윤주가 연기한 나이로비는 아픈 손가락이다. 그는 “장윤주가 재미난 애드리브로 현장에 늘 웃음을 더해줬지만, 다 담기지 못했다”면서 “파트 2에선 나이로비의 활약이 커질 예정”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호불호가 갈린 덴버의 사투리에 대해서는 “단순히 남북한으로 나뉘는 것보다는 조폐국이 한반도 내 여러 지역 사람들이 모인 용광로로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호연을 펼친 베를린 역 박해수에 대해서는 “‘이거이 이상이고, 이거는 현실’이라는 그의 대사를 좋아한다”면서 “강도들은 역경을 맞으며 이상이 변질되지만, 그럼에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박해수는 대사 외에도 연기로 이들의 상황을 잘 보여줬다”고 평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올해 하반기에 파트 2를 공개할 예정이다. 류 작가가 역점을 둔 건 파트 2다. 그는 “원작 ‘종이의 집’은 혁명을 이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면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로 대표되는 화합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남북을 넘어 경찰, 강도, 인질들이 합심하는 과정이 어려워도 가치 있다는 걸 느껴주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팬 분들이 기대하는 여러 이야기가 파트 2에 담겼어요. 원작에 없는 중요 캐릭터가 등장하고, 멋진 액션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교수가 조폐국을 털기로 결심한 이유와 강도들이 이 범죄에 참여한 이유, 각자가 살아남아야만 하는 속사정이 나옵니다. 여러 사연이 더해지며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도 펼쳐져요. 파트 2를 꼭 기대해주세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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