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회생 가능성 없는 중환자가 연명 목적 치료를 받지 않는 행위)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찬성하고 있지만 관련 단체들은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력존엄사법 발의 이후 관련 단체들은 법안 공포 이전에 중환자에 대한 의료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5일 조력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주 내용은 조력존엄사 희망 환자가 보건복지부 소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존엄사 대상자 결정을 신청하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한다. 환자는 심사위에서 통과되면 담당의사에게 의사표시 후 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다.
안락사·존엄사 국민 동의 76.3%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30만명 넘어
국민 다수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안락사(생물을 고통없이 죽게 만드는 인위적 행위)와 존엄사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 아프기 전 연명치료 거부에 대해 본인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도 130만 명을 넘었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팀이 지난해 3~4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존엄사 동의율을 조사한 결과 찬성 비율은 76.3%(매우 동의한다 61.9%, 동의한다 14.4%)였다. 국민 4명 중 3명이 ‘웰다잉’(존엄한 죽음)에 찬성하는 셈이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도 6월 기준 134만8199명이 신청했다. 국내에서 1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임종 직전 연명치료를 더 받지 않고 생을 마감할 예정이다.
의협·웰다잉 연구소, 중환자 의학적 지원 연구·고찰 먼저
안락사, 조력존엄사 등을 원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단체는 이런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와 웰다잉 단체 등은 조력존엄사법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되어있지 않고 외압에 의한 결정 등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의협은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존엄사나 안락사 등이 사회에서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며 “중환자에 대한 지지와 관리 등이 필요하고 의학적 지원에 대한 연구나 고찰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생명 경시를 하게 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력존엄사에 대해 호스피스 완화 의료 등 통증과 고통을 최대한 조절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 시스템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문제 등 외압으로 인해 (조력존엄사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도 애매한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결국 이런 최종적 판단은 의사가 하게 되는데 보호할 부분이 미흡하다”며 “의협 내에선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강원남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소장 역시 의협과 같은 입장이었다. 강 소장은 6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조력존엄사법에 대해 호스피스 시설 등의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고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호스피스 시설 등의 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어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마지막 임종 과정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선행돼야 (조력존엄사법이) 시행될 거 같다”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