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는 5.18민주화운동의 최초 희생자로 알려진 이세종(농대 농학과) 열사의 모교이다. 그런 만큼 학내 구성원의 민주화에 대한 의식이 높다.
전북대은 오는 10월 말 제19대 총장 선출이 이뤄진다. 특히 이번 선거는 지난해 8월 교육공무원법이 ‘국립대 총장선출을 직접투표로 할 경우, 해당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다’ 고 개정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전국 국립대 중에서 총장 선거가 진행 중인 대학들(충북대, 한국교통대)은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전북대도 선거방식과 관련해 한바탕 내홍이 번질 조짐이 읽힌다. 교원과 비교원간 투표반영 비율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원(직원, 학생) 측은 지난 선거에서는 반영비율이 교수 84.8%, 직원 12.45%, 조교 1.84% 학생 3.54%였지만, 이제 관련법이 개정된 만큼 교원1(33%):직원(33%)1:학생(33%)1로 하지 않으면 보이콧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앞서 권익위는 법 개정 당시 교원 60%, 비교원 40%의 투표 비율을 권고했고, 추후 각 직능별 33%의 비율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비교원 측의 투표 반영비율 1:1:1 요구의 근거가 된 것이다.
교수회 측에서는 절대 1:1:1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직원회와 학생회는 어느 때 보다 비교원 반영비율을 높게 확보하려는 상황에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투표 반영비율만을 합의해 총장 선출이 치러진다고 제대로 검증된 총장을 뽑는다는 보장도 없다. 교수들의 경우 후보자를 평소 친교나 연구과정 등에서 수시로 접할 수 있지만, 학생과 직원은 제대로 된 후보의 정보를 알 수 없다. 그야말로 ‘깜깜이 투표’인 셈이다. 선거 반영비율이 높아진다 해도 무엇보다 제대로 된 총장 후보 검증을 위한 기본정보 공개가 우선해야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총장선거에서 제출된 선거 공보물은 △학력 및 경력 △주요 연구업적 △공약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전북대학교 총장임용후보자 선거규정’에서 기재해 제출하도록 돼 있는 상벌사실도 게재되지 않은 채 선택적 게재가 이뤄지고 후보에 대한 기본적인 검증도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가 치러지면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은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까닭에 총장 선거가 교수들끼리의 친밀도, 단과대학 간의 이해득실 또는 교수 개인의 입신양명을 위한 헤게모니 싸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거세다.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청문회 없는 장관급 총장 선출은 야합과 인기투표라는 오해를 벗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학생과 직원은 투표 반영비율이 높아진 만큼 후보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 받아 선거의 판을 바꿔야한다. 총장추천위원회도 역할을 다 해야 하고 총장은 대학평의원회 의결로 총장임용후보자 선거규정을 개정해야 제대로 된 후보 검증으로 총장다운 총장을 선출할 수 있다.
거점국립대 총장다운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선거규정에 담아 공개해야 할 중요한 항목들이 있다. 연구자로서 자질 검증을 위해 논문의 질적·양적 계량화 수치인 ‘h-index’를 공개해야 한다.
교수로서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학생평가 등이 반영된 근무평가 결과 및 연구비 등 예산확보 결과를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재직학교에 대한 애정 확인은 발전기금의 납부 횟수 및 금액을 참고하면 된다. 또한 병역사항 및 현재 기소 및 벌금이상의 형사사건 여부도 공개해 기본적인 후보검증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 같은 정보는 제대로 된 총장을 선출하기 위한 후보검증 기본정보들이다. 총추위가 규정개정에 나서지 않을 명분이 없다. 후보들도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본이 안 된 후보 난립을 막고, 비율이 높아진 만큼 제대로 된 총장 선출의 판을 여는데 합의해야 한다. 총장에 뜻을 세운 후보가 먼저 나서 스스로 공개한다면 될 일이다. 거점국립대 전북대가 ‘대학 최초 제대로 된 총장후보 검증’에 나서면 그것이 곧 길이 될 것이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