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 어부 강제 북송 사건’을 두고 여야간 첨예한 의견 대립을 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1996년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변호했던 페스카마호 사건이 소환돼 비교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1996년 8월 남태평양 일대에서 조업 중이던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벌어진 선상 반란 사건에서 11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조선족 출신 피의자들을 변호했었다.
당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지만, 사건 담당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2011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선족 동포들은 조국에서 도움을 받고자 하는데 우리는 이들에 대해 은연중에 멸시나 깔보는 심리가 있다. 페스카마15호 사건의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었다.
지난 1996년 8월 2일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15호(254t)에서 엽기적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전재천(당시 38세)씨 등 조선족 6명이 선원 11명을 차례로 한 명씩 조타실로 유인해 흉기와 둔기로 잔인하게 죽이고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선장을 포함해 한국인 7명, 인도네시아인 3명, 조선족 1명이 희생됐다. 전씨 등은 일이 서툴다는 이유로 선장과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배에서 내려야 할 처지가 되자 '배를 탈취해 일본으로 밀입국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범행을 저질렀다.
전씨 등 6명은 1심에서 모두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부산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문 대통령은 이 사건을 2심부터 맡았다. 사상 최악의 선상 반란 사건으로 국민적 비판 여론이 거셌던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선족 선원들이 어로 경험이 없어 일이 서툴고, 평등주의가 강한 중국식 사회주의 문화와 달라 멸시로 받아들이면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폭력 사건”이라고 변론했다.
이처럼 과거 변호사 시절 맡았던 선상 반란 사건에 대해서는 조선족 가해자들을 변호하더니, 헌법상 북한 체제의 압력을 받던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일사천리로 북송했다는 점에서 비교가 되고 있다.
미국 연방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의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24일(현지 시각)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19년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난민들을) 사지로 돌려보내지 못하도록 하는 ‘강제송환금지’ 원칙의 정신에 완전히 어긋나는 것이다. 나는 안대가 벗겨졌을 때 그들(탈북어민)이 느꼈을 공포를 상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들이 잘못한 일이 있었다면 그것을 다루는 절차가 있었어야 하지만 의지에 반해 송환되지는 않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스미스 의원은 “한국 내의 국내 정치적 영향과 무관하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고,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고, 왜 그랬는지 사람들이 책임을 묻고 싶어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야 하고 특히 인권 분야의 리더가 되려는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것이 내가 문 대통령에게 아주 비판적인 이유 중 하나인데 그는 예전에 인권 활동가이자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인권에 대해 잊어버린 전직 인권 변호사이자 활동가이며 김정은과 시진핑 같은 폭군들을 달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탈북어민 북송사건’ 등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했던 대북 관련 사건들을 ‘국가안보 문란’으로 규정하고 전임 정부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정부는 탈북어민이 ‘살인자’라고 주장했는데, 그 출처는 북한이다. 제대로 된 검증도 안 해보고 어떻게 북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나. 나포 5일 만에 강제북송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검증이다. 페스카마호에서 우리 국민을 살해한 중국 조선족 선원들도 법에서 정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았는데, 탈북어민들은 자초지종도 묻지 않고 바로 사지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귀순 어민 강제 북송은 국가의 기본적 의무를 저버린 만행”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어민의 기본권마저 보호해주지 않았다. 탈북 어민들이 범죄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판을 통해 처벌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반인도, 반인륜 범죄행위’를 자행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하겠다던 말은 정치적 구호에 불과했는가”고 비난했다.
배승희 변호사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변호사 운운하던 문정부 실체. 방송 중 민주당쪽 패널논리는 살인범을 북한으로 보내는 게 무슨 잘못이냐 하던데... 우선 살인의 증거가 없고 (이틀도 안되게 조사) 설사 유죄의 심증이 있더라도 우리나라 형사사법절차를 밟게 하는 것이 우리 헌법 영토조항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페스카마호 사건에서 문재인 변호사는 조선족이 가해자라도 품어야한다고 하더니.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 살인 방조? 사람 맞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6명을 살해한 엽기적인 흉악범 북한 주민마저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서해 공무원 사망사건 태스크 포스(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안보를 인질로 삼은 정쟁 시도를 계속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TF 단장인 김병주 의원은 회견에서 “해당 사건의 정확한 경과를 말씀드리겠다. 2019년 8월 북한 어선에서 선원 3명이 선장의 가혹행위에 불만을 품고 선상에서 선장과 선원 등 16명을 무차별 살해했다. 10월 30일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보망을 통해 북한에서 16명을 죽인 흉악범이 동해에서 도주하고 있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다. 이 어선이 10월 31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고 결국 11월 2일 우리 해군이 특전요원을 선박에 투입해 이들을 생포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들이 스스로 월남한 것으로 오해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 군이 이들을 생포한 것”이라며 “이들은 일반적인 북한이탈주민과는 관련이 없다. 북한이탈주민법을 봐도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자는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법에도 예외 조항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탈북 어민 북송사건은 지난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이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지난 2020년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2019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으로 박지원·서훈 전 원장을 고발했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