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징계 후 전국을 순회하면서 당원을 만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행보를 두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여론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서 ‘성상납 의혹’ 관련 품위유지 위반 항목으로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까지 가능한 재심 청구를 포기하고 판결에 수긍했다.
이 대표의 징계 후 첫 행보는 당원가입 독려였다. 지난 8일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달에 당비 1000원만 납부하면 3개월 뒤 책임당원이 될 수 있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광주 무등산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면서 당원과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별도의 구글 폼 양식을 통해 이 대표의 일정을 공지하는 명단을 받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부산에 방문했다.
이 대표가 첫 행보로 광주를 들린 것은 당대표 1주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약속을 지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광주에 ‘복합 쇼핑몰’ 공약을 내걸고 호남의 민심을 얻기 위해 끊임없는 방문과 독려를 이어왔다.
이 대표는 지난 달 12일 열린 당대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서진전략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서진 전략이 7월부터 있을 것”이라며 “다음 총선에서 우리가 호남지역에서 많은 당선자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 대표의 행보가 ‘여론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9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행보를 묻자 “다른 질문을 받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장외에서 자기 세력을 결집하면 의원들에게 긴장을 줄 수 있다”며 “(권 원내대표가 답을 피한 것은) 논란의 여지를 없애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표로 인해 당이 조금 흔들렸다. 이제 수습하는 과정에 있다”며 “다시 논란을 키울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는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윤리위 징계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이 적고 사법부도 당내 징계에 대해 간섭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재심을 신청해도 윤리위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없었다”며 “징계 효력 중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도 사법부는 정당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기각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타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는 ‘여론전’을 할 수밖에 없다”며 “장외 정치로 보기 보다는 ‘여론전’으로 해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행보가 국민의힘에 영향이 있겠냐는 질문엔 “(이 대표가) 앞으로 영향을 주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