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대규모 총파업으로 번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0일 서울과 거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는 지난달 초 정부에 산업전환 노정교섭을 하자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파업을 예고한 이날까지 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또 대우조선해양 거제 조선소 하청 노조원 총파업은 ‘불법’이라며 공권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예고하자, 금속노조가 이를 막으려고 궐기한 것이다. 금속노조는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상급단체다.
기술변화와 기후위기로 산업은 빠르게 바뀌는데, 대기업만 이득을 보고 생존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되고, 노동자와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이익을 나누며, 일자리 양과 질이 후퇴하지 않는 정의로운 과정이어야 한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노조는 이를 위해 정부와 함께 미래를 논의하는 교섭을 요구해왔다.
금속노조는 “거제 대우조선 상황은 산업전환 이전에 기존 산업 구조 자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 준다”며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은 한 사업장 문제가 아니라 저임금 구조와 인력문제 해결로 조선 산업 발전, 전국 조선소 하청 노동자 미래, 정부 노동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2시. 수도권·충청권 지부별 조합원 버스가 서울역에 집결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서 5000명이 모였다. 노조는 오후 2시 30분 행진을 시작했다. ‘노동중심, 산업전환’ ‘노정교섭 쟁취하자’ ‘경찰투입, 각오하라’를 연호하며 트윈시티 남산 빌딩에서 지하철 삼각지역까지 2.1㎞를 행진했다.
노조원들은 바깥 기온이 30도를 넘는데 아스팔트 도로를 40분간 걸었다. 대회에 참석하려고 아침 일찍 상경하고, 더운 날씨 탓인지 조합원들은 하나 같이 피로해 보였다. 노조원 수백명 목소리가 더 작았다.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인 용산 국방부 청사가 가까워지자 경찰들이 펜스를 치고 길게 안전띠를 만들어 도로를 통제했다. 국방부 청사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를 남겨두고 노조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은 “우리가 주장하는 노동중심 산업전환은 전체 노동자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거대 자본이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 불평등 세상이 투쟁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공권력 투입 시 민주노총 전면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며 “노동자 생존을 짓밟는 정권은 절대 노동자와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 투쟁으로 바로잡자.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를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노조원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정의당 이은주 비대위원장은 “거제 조선소 도크에서 시작한 투쟁이 전국 노동자 투쟁으로 번졌다. 하청 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에도 팔짱끼는 정부가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며 협박하고 있기 때문이다”라며 “사태를 이렇게 만든 건 하청 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정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1분 1초라도 빨리 중재 테이블 열어야 한다”며 “정부는 대우조선을 일방적으로 편들지 말고 중재 테이블을 만들어라. 자신들은 채권단일 뿐이라면 뒷짐지는 산업은행 결단을 끌어내는 것도 정부 몫”이라고 밝혔다.
특수고용노종자로 이뤄진 LG케어솔루션지회에서도 부당 노동행위 개선을 촉구했다. 지회에 따르면 LG케어솔루션 매니저는 자비로 주유와 식대를 해결한다. 매니저 수수료도 11년째 동결 중이다.
김정원 지회장은 “특수고용노동자 대우는 불가촉천민 수준이다. 사내 자유로운 조합 활동도 여성인권도 모두 수용불가”라며 “지회가 설립된 지 1년 2개월이 됐는데 교섭을 요구해도 사측은 묵묵부답”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측은 우리가 특수고용노종자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교섭에서도 수수료 인상을 말하기도 전에 난색을 보인다”고 호소했다.
금속노조는 이날부터 채권단인 산업은행 앞에 농성장을 만들고 단식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서울 결의대회는 이날 오후 4시 50분경 끝났다.
같은 날 거제에서는 영·호남 노조원들이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거제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정문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서문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