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감소 vs 기술 혁신’…무인점포의 양극화

‘고용 감소 vs 기술 혁신’…무인점포의 양극화

자영업자 10명 중 6명 무인점포 창업 고민
“일자리 감소 우려, 정부서 대책 마련해야”

기사승인 2022-07-21 06:03:02
서울 강서구 한 무인점포의 셀프 계산대. 김한나 기자
최저임금 인상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무인점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어느 동네를 가도 무인점포 한 두개 정도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다.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무인점포는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고객에게는 편리함을 제공하고, 업주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무인점포 확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범죄율 증가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로 떠오른 ‘무인점포’

무인점포가 업태를 가리지 않고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편의점은 물론 수입과자 할인점, 아이스크림 매장, 육류·밀키트 전문점 등 품목과 종류도 다양해졌다. 주문이나 계산 등 단순 업무를 키오스크(무인 단말기)가 대체하면서 무인화는 가속화됐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무인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편의점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주요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무인점포 수는 지난달 말 기준 2783개로 확인됐다. 2019년 기준 200여개에 불과했지만 3년도 채 안 돼 14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낮에는 점원을 두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점포 위주로 늘렸다. 현재 국내 편의점 가운데 무인화 매장은 약 2400개다. 편의점 무인 매장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2030 젊은 고객층이 많아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고, 신기술을 시험해보기에도 적합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한 무인점포. 김한나 기자
높은 인건비 탓에 무인 또는 하이브리드 운영을 고민하는 점주들도 적지 않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한 점주는 “심야 운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절도 위험성이 있다곤 하지만 인건비 절약이 제일 클 것 같다”면서 “하나하나 재고 파악은 어렵지만 인건비 때문에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적었다.

무인점포의 가장 큰 장점은 ‘인건비 절감’이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이 무인점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최저임금 상승 등 인력 관리에 드는 비용 부담이 커서’가 56.4%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인력 관리하는 게 힘들어서’가 26.7%, ‘특정 시간대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싶어서 24.1%, ‘비대면 쇼핑이 대세가 된 것 같아서’ 17.4% 순이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무인점포는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다. 비대면 업무로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CCTV를 통해 매장 내 실시간 상황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매장 운영 비용의 효율성과 수익성 극대화, 고객과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880개에 불과하던 판매점은 4000여곳까지 생겨났다. 빙과류의 경우 냉동 제품이라 재고 관리가 쉬워 무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이밖에 애견샵, 문구용품 등 무인점포는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 나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서울 강서구의 무인 아이스크림 점포. 김한나 기자
범죄 온상·고용 축소…무인점포의 그늘

무인점포는 편리성과 비용 절감의 이점이 있지만 단점도 극명하다. 대부분 무인점포는 키오스크를 통해 셀프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노년층과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발생한다.

무인점포가 늘면서 관련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보안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게 단점이다. 실제 2019년 203건, 2020년 367건에 불과하던 무인점포 절도 발생 건수는 지난 1~3월까지 1293건으로 크게 늘었다. 비대면이라는 무인점포의 특성 상 주로 손님이 없는 새벽 시간을 틈타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환경에 노출돼 있다.

특히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인공지능(AI) 기술 등의 발달로 무인화는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노동 취약계층의 고용 축소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무인화 기기 사용이 증가할수록 단순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약계층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는 소위 ‘알바’ 등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도 한몫하고 있다. 실제 내년 편의점 알바생 고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초 편의점주들을 비롯한 소상공인 1105명을 상대로 한 실태 조사에서 84.7%가 올해 최저임금이 매우 부담 또는 부담된다고 답했다.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대처 방법으로 ‘기존 인력 감원’, ‘기존 인력의 근로 시간 단축’을 꼽은 소상공인들도 각각 34.1%, 31.6%를 차지했다. 신규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도 28.1%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대응 방법으로 ‘인력 감축’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전문가는 무인화 흐름에 발맞춘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취약 계층에 대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키오스크 등 무인화는 4차 산업혁명, AI 기술 발전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반도체를 비롯한 숙련된 고급 인력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인화로 취약계층의 실업률이 발생할 우려가 있지만 이는 산업구조에 대한 구조적 실업률로, 정부가 나서서 알맞은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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