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시사 한자] 총경 이어 경감·경위도.. '경란(警亂)' 확산 조짐

[MZ시사 한자] 총경 이어 경감·경위도.. '경란(警亂)' 확산 조짐

'경란' '검란'이란 말은 조어...민란(民亂) 등을 차용한 조직 보호 언어

기사승인 2022-07-25 09:39:25
총경 이어 경감·경위도.. '경란(警亂)' 확산 조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해 총경급 간부들이 23일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었다. 경찰 수뇌부가 ‘엄정 조치’를 예고하며 이번 회의를 제안한 류삼영(경찰대 4기)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 하자, 이에 반발해 경감·경위 등 중간·초급 간부들도 30일 회의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의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행안부는 계획대로 다음달 2일 경찰국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는 이를 처음 제안한 류 총경을 비롯해 50여명이 현장에 직접 참석했고, 온라인으로도 140여명이 참여했다. 회의장 앞에는 총경급 이상 경찰관들이 실명으로 보낸 무궁화 화분 357개가 늘어섰다. 무궁화는 경찰 계급장을 상징한다.(세계일보 보도·이하 기사 생략)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경란'의 시발점이 됐다. 연합뉴스
□ 경계하는(警)하고 살피는(察) 사람이 일으킨 소란 또는 어지럽힘(亂)?

 ‘경란’은 ‘경찰이 일으킨 난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실 국어표준대사전에 ‘경란’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개념'으로 정리된 단어가 아닌 셈이지요.

대신 ‘군란(軍亂)’이란 말이 있습니다. 경란은 바로 이 군란을 차용하여 언론사들이 만들어낸 단어죠. 조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작은따옴표(‘ ’)를 씁니다.

군란의 대표적 사례는 임오군란(壬午軍亂)입니다. 1882년 임오년에 조선 구식군대가 신식 군대인 별기군과의 차별에 반발해 난리를 일으킨 겁니다. 직접적인 원인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고종 임금의 무능과 부패, 일제의 조선 식민지화 야심과 복잡한 동북아 정세, 국내 수구와 개화파의 갈등 등이 총체 되어 군란의 형태로 나타난 거죠.

임오군란 재현 장면. KBS대하드라마 '찬란한 여명'. 구식 군대가 궁궐에 난입하는 장면이다. 요즘으로 치자면 무력을 가진 경찰, 검찰, 군대의 난동인 셈이다. 
군대가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나라의 전복과 직결됩니다. 어떤 의도에서건 말이죠. 박정희의 5·16군사정변과 전두환의 12·12군사반란이 군란에 해당합니다. 반란에 성공했으니 이들 입장에선 혁명(革命)이 되겠지요?

‘경란’의 차용은 ‘민란(民亂)’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포학한 정치 등에 반대하여 백성이 떠들고 일어난 소요’입니다. 주로 봉건 사회에서 권력자의 가렴주구에 분노가 폭발한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일어서는 거지요. ‘진주민란’ ‘홍경래의 난’ ‘제주민란’ ‘동학란’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면 ‘6·25전쟁’을 전쟁 발발 당시(1950년)에는 왜 ‘육이오동란(動亂)’이라고 했는지 의문이 갑니다. 아마도 무기를 든 이유가 ‘포학한 정치 따위’가 아닌 ‘이데올로기’ 문제 때문에 사회 소요가 일어났다 해서 그리 명명한 것 같습니다. 

‘경란’에 앞서 ‘검란(檢亂)’이란 말도 회자 됐습니다. 검란이든, 경란이든 난의 첫 목적은 ‘조직 보호’입니다. 검경군(檢警軍)은 국민들로부터 정의로운 무력을 신탁 받은 조직입니다. 자신들의 임면권자인 권력자를 지키기 위한 무력 권은 아니라는 거죠.

요즘 상황은 검찰과 경찰이 전면에 서 고려 말 무신정권 시대가 재현된 것처럼 국민들을 어지럽게 하네요. 포학한 권력은 있어도 포학한 백성은 없습니다. 그 이유로 ‘민란’에는 포학하다는 얘기가 포함되지 않는 겁니다.

警: 경계할 경

亂: 어지러 울 란

민란(民亂) 군란(軍亂) 동란(動亂) 난동(亂動) 난리(亂離)


전정희 편집위원 lakajae@kukinews.com
전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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