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비상사태인데 ‘과학방역 사령탑’이 없다

감염병 비상사태인데 ‘과학방역 사령탑’이 없다

복지부 장관 공백, 김대중 정부 이후 ‘최장 기간’
“尹에 정책조언 할 전문가 없어… 결국 늑장대응”

기사승인 2022-07-26 06:00:15
코로나19 재유행 확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임시선별진료소가 운영을 재개한 가운데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원숭이두창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그러나 사태를 수습할 방역 사령관은 공석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부재가 길어지면서 방역 대응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출범 77일이 지나도록 복지부 수장을 임명하지 못했다. 정호영 후보자에 이어 김승희 후보자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며 자진사퇴한 탓이다.

결국 윤 정부는 ‘최장 기간 초대 복지부 장관 공백’이라는 역사를 썼다. 역대 복지부장관사(史)를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 이후 초대 복지부 장관을 임명하기까지 걸린 기간이 가장 길다. 김대중 정부는 7일, 노무현 정부는 2일, 이명박 정부는 23일, 박근혜 정부는 15일 걸렸다. 문재인 정부가 73일로 가장 길었다. 문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취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정부의 복지부 장관 공백은 더욱 긴 기간이다. 

복지부는 새 정부에서 홀로 ‘장관 없는 부처’로 남았다. 25일 시작한 윤 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질문에서도 복지부 장관만 출석하지 못하게 됐다.

장관 인선이 미뤄지는 사이 전 세계적으로 원숭이두창에 대한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WH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원숭이두창 감염 사태에 대해 최고 수준 경보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코로나19 유행도 다시 확산세로 돌아섰다. 2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3만588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월요일(2만6279명) 대비 약 1.4배 많은 수치다. 월요일 기준 3만명대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건 13주만이다.

게다가 일명 켄타우로스 변이인 BA.2.75가 이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국내 확진자는 누적 4명이다. 켄타우로스 변이는 확산 속도가 다른 변이에 비해 빠르고, 백신 혹은 감염으로 형성된 항체를 회피하는 능력도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원숭이두창 감염 주의 안내문.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의 방역대응은 굼뜨기만 한 모습이다. 방역당국은 해외 입국자의 유전자증폭(PCR) 검사기한 단축을 25일에야 단행했다. 정부는 지난 6월 PCR 검사 시한을 ‘입국 3일 이내’로 완화했으나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25일부터 ‘입국 1일 이내’로 검역을 강화했다.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도 기대보다 늦게 설치돼, 현장에선 주말에 검사소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정부가 7월 말까지 총 70개소를 설치하겠다고 지난 20일 밝혔지만, 복지부와 서울시 발표 등을 종합하면 24일 설치된 검사소는 지방에 4곳, 서울에 5곳 뿐이었다.

전문가들이 방역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크게 느끼는 이유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5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13일 과학방역 결과물을 내놨는데, 이때 해외입국 PCR 검사 방침, 임시 선별검사소 확대는 빠졌다. 이를 보름 가까이 지난 오늘에서야 한 것”이라며 “이미 코로나19 유행에 가속도가 붙었고 여름휴가로 이동량이 많아지는 시점인데 방역조치가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현재 중대본 본부장으로 있는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라는데, 전문가가 아니다. 복지부 장관이 없으면 질병관리청장에게 전권을 줘서 통제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이마저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현재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확한 상황 진단과 정책 조언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두고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했는데, 윤 정부도 똑같다. 마이동풍이다”라고 질타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가 방역 책임을 사실상 국민 개개인에게 미뤘다는 이유에서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지난 19일 중대본 브리핑에서 “통제 중심의 국가 주도의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못하고, 또 우리가 지향할 목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는 방역상황 안정화와 함께 국민 일상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원숭이두창 경고까지, 이러한 비상상황에서 방역의 수장인 복지부 장관이 77일째 공석”이라며 “과학방역을 이야기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개별 방역 기조에 질병관리청은 ‘질병구경청’이라는 국민의 조롱까지 나오고 있다. 방역 수장 임명을 서둘러주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조오섭 민주당 대변인도 2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정부는 방역 사령탑이 돼야 할 복지부 장관을 지명조차 못 하고 있다. 실체 없는 ‘과학적 방역’과 선장 없는 윤 정부의 방역대책은 신뢰를 잃었고 코로나19 재확산 공포감만 커지고 있다”며 “국가의 책임을 자각하고 코로나19 재유행 차단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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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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