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와 관련한 경찰의 집단 반발과 관련해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출근하면서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감, 서장들의 이 집단행동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아마 어제 이 장관의 그 표현은 아마 그러한 국민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되고 국방과 치안이라고 하는 거는 국가의 기본 사무고 그 최종적인 지휘감독자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 개편안에 대해서는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 오늘 경찰국 설치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텐데 이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나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일선 경찰들의 집단반발에 대해 “경찰국이 어떤 조직인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부화뇌동식으로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댄다면 반드시 수정하겠다. 있지도 않은 독립을 주장한다던가, 경찰 장악만 (이유로) 내세우며 집단행동하는 건 굉장히 경솔하고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전날 총경급 전국경찰서장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해 대해 “치안을 책임지는 일부 서장들이 정부 시책에 반대되는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 기강이 흔들리는 것이다. 일선 경찰들은 워낙 바빠서 경찰국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지만, 서장급 정도 되면 그 내용을 부하들에게 잘 설득해서 정부시책에 협조하도록 해야 한다. 이분들은 그(경찰국 신설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으면 더 심각한 거고, 모르고 있었으면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와 관련한 경찰의 집단 반발과 관련해 “군과 마찬가지로 경찰은 총을 쥐고 있는 공권력”이라며 “그 어떤 항명과 집단행동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 대행은 “만약 군대가 제도 개혁에 반발해 위수 지역을 벗어나 집단행동을 한다면 용납할 국민이 어디 있겠나. 군의 항명과 경찰의 항명은 같은 것이다. 같은 무게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권 대행은 또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에 반발하는 일선 경찰들이 ‘국가경찰위원회 격상을 통한 통제’를 주장하는 데 대해 “현재 경찰위 위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이다. 김호철 위원장은 민변 회장 출신이고 하주희 위원은 민변 사무총장이다. 민주적 통제가 아닌, 민변의 통제”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형사 처벌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 집단행동을 비난하는 데 대해 “참 한심한 행안부장관의 작태에 대해서 분노가 금할 수 없다. (일선 경찰의) 절규를 좀 더 들어봤으면 좋겠다. 진짜 피가 거꾸로 흐른다”고 비난했다.
박 전 원장은 이 장관이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전두환 신군부의 ‘12·12 쿠데타’에 빗댄 데 대해선 “총경들이 총 한 방을 쐈느냐. 한강을 넘었느냐. 그걸 왜 쿠데타에다 비유를 하느냐. 전두환 12.12가 생각난다니, 자기 머릿속에 과거로 회귀시켜서 경찰국가를 만들어가겠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5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권의 경찰 장악 음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국에 반대하는 전국경찰서장(총경)회의를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도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추가 모임을 강행하면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일선 경찰들의 반발 기류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찰 내부망에는 오는 30일 경위·경감급이 주도하는 전국현장팀장급회의 참석을 독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25일 각 시도경찰청에 ‘복무규정 준수사항’이 담긴 공문을 내려보내면서 해산 명령에도 총경회의를 진행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공무원법 제63조 품위 유지의 의무와 제66조 집단 행위의 금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8조의2 복장 및 복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 회의도 국가공무원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6일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위한 대통령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원안대로 통과될 경우 내달 2일 공포·시행된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